[사설] 잼버리 파행은 국가 시스템 파산, 철저한 감사로 ‘실패 백서’ 남겨야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의 파행은 ‘국가의 실패’다. 어느 개인이나 한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지자체·정치권의 무책임과 무능, 무사안일이 겹치고 겹쳐 중앙·지방 행정을 작동 불능에 빠트린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다.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G7의 8번째 회원국이 되겠다고 나선 나라에서 전형적인 후진국형 행정 파탄이 빚어졌다.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이 대형 재난에서 전·현 정부, 중앙·지방 정부, 여야는 그 어디도 파행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파국의 근본적 원인은 잘못된 부지 선정과 기반 시설 미흡이다. 대회 유치 후 6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는데도 작년 3월 전북도와 조직위가 ‘1년 연기’를 세계스카우트연맹에 건의할 정도로 부지 조성 및 기반시설 구축이 더뎠다. 행사 8개월 전에야 겨우 부지 조성이 끝났고 전기 설비는 개영 전날까지 42%가 안전 기준 미달로 승인받지 못했다. 대회가 끝났는데 아직도 새만금 현장에선 상하수도·주차장 등의 공사가 계속될 지경이 됐다.
컨트롤 타워는 중구난방이었다. 무려 5명이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아 혼선을 자초했다. 지휘 체계를 일원화하라는 조직 이론의 기초부터 어긴 것이다. 주무 부처인 여가부 장관은 부지 조성도 미흡한데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다”고 실상과 동떨어진 답변을 했다. 집행위원장을 맡은 전임 전북 도지사는 무리하게 국제 행사를 유치만 해놓고 기반시설 구축은 뒷전이었고, 1년 전 바통을 넘겨받은 현 지사는 뒷수습에 실패했다.
관료들은 중앙·지자체 할 것 없이 무사안일의 극치를 보였다. 잼버리를 구실 삼은 공무원들의 99차례 외유성 해외 연수 등 세금 낭비 사례가 드러났다. 용역·공사 입찰의 69%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등 유착 비리 의혹도 불거졌다. 여가부 국장 출신의 조직위 사무총장은 준비 부족을 우려하는 현장 목소리를 묵살하고 여가부에 제대로 보고조차 안 했다. 국무총리가 직접 화장실 청소까지 해가며 질타하자 겨우 현장이 움직일 정도였다.
감사원이 잼버리 파행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대회 유치 단계부터 준비 과정, 대회 운영, 폐영까지 대회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한다. 일체의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철저하고 객관적인 감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한 뒤 국가 시스템 전반에 관한 ‘실패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 32년 전 고성 잼버리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우리가 왜 이번 대회에선 형편없는 실력을 보였는지 낱낱이 파헤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재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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