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핵우산, 한미일 별도 협의 열려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확장 억제(핵우산)와 관련해 한·미·일 간 별도의 협의에도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16일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간 확장 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 3국 정상회의를 통해 일본이 참여하는 별도 협의체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한·미·일 공조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워싱턴 선언 확장판’이 나올 경우 국제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의 의제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미·일 정상회의가 북한의 위협 대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미 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분명하고 변함없는 목표”라며 “국제사회는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핵·미사일 억지를 위한 확장 억제가 한미뿐 아니라 일본 등 다른 우방국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의 지속적이고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며 북한 정권의 고립과 체제 위기만 심화될 것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는 워싱턴 선언 후속 조치로 지난달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키면서 일본의 참여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 군사훈련 정례화, 정보 공조, AI(인공지능), 사이버 문제 등이 의제로 오른 상황에서 3국 안보 공조의 기본 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한·미·일 정상이 지역적 책임에 대한 상호 이해에 뜻을 같이하고, 위기 시 가동할 3국 핫라인 구축 등 기술과 방위 관련 이니셔티브를 발족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밝힌 ‘별도 협의’는 한미, 미일 각각의 안보 동맹을 포괄하는 협의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지난달 18일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키면서 대북 확장 억제를 공동 기획·협의·이행하는 업그레이드된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미일 역시 지난 2010년부터 확장 억제 대화를 설립해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한미, 미일이 각각 군사동맹 관계를 맺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역사 문제로 안보 동맹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안으로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3국 고위급 안보 틀을 형성해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별도 협의’와 관련해 “NCG와는 별도로 확장억제 관련 한·미·일 협의에 열려 있다는 것은 그간 밝혀온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사안은 현재 3국 간 논의되고 있지 않으며, 캠프 데이비드 3자 정상회의 의제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며 “확장 억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한미 양자 협의체인 NCG의 조기 정착과 논의 심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NCG에 일본이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별도 3자 협의체 신설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외교가에서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미니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아시아판 나토’로 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나토는 군사 안보 동맹을 주축으로 하면서 최근 공급망 강화 등 경제 안보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3국 공급망에 대한 정보 공유와 함께 조기경보시스템(EWS) 구축 등 구체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경제협력과 관련해 “(3국은) 공급망의 회복력 강화를 위한 협조 체제를 더 공고히 해나갈 계획”이라며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AI, 퀀텀, 우주 등 핵심 신흥 기술 분야에서 공동 연구 및 협력을 진행하고, 글로벌 표준 형성을 위해 (3국이) 함께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조치와 관련한 질문에는 “한국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국제 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수출 통제 논의에 적극 참여 중”이라며 “앞으로도 수출 통제 제도 운영과 관련해 주요국들과 긴밀히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한·미·일 외교 장관은 15일 저녁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등 3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고위급 협의도 이어지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협의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중국 매체들은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주변국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15일 사설에서 “일본과 한국은 자국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서 미국이 벌이는 나쁜 짓에 의기투합했다”며 “미·일·한은 심사숙고한 뒤 행동(三思而後行)해야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국영 싱크탱크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세계정치연구소 리옌 소장은 16일 지무신문에 “미국이 일본과 한국을 묶어 3국 체제를 만들고자 했던 소원을 성취했다”며 “일본과 한국 정부가 미국과 대중(對中) 기조를 맞춰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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