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시 앓던 천재 화가, 눈 질환 덕에 신비로운 걸작을 남겼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예술과 과학을 넘나든 천재 작가다. 21점의 그림과 10만 점에 달하는 소묘, 스케치를 남겼다. 그가 예순네 살경에 완성한 <세례자 성 요한> 그림에는 다빈치 눈 질환과 연관된 비밀이 숨어 있다.
그림 속 요한은 어둡고 고독하다. 얼굴은 모나리자를 연상시키는 묘한 웃음을 짓고 있고, 눈동자는 바깥을 향한다. 왼손에 십자가를 들고 있고, 오른손은 하늘을 향하는데, 이는 세상 창조에 대한 물음으로 해석된다.
2018년 런던 시티대학 안과 교수진은 다빈치 조각과 유화, 드로잉 작품을 분석하여, 그가 간헐적인 외사시 경향을 보인다고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했다. 눈이 때에 따라 바깥을 향하는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대희 김안과병원 사시 및 소아안과센터 전문의는 “구세주, 다비드상, 젊은 사자 등 다빈치의 상당수 작품에서 평균적으로 10도의 외사시 인물이 나온다”며 “다빈치의 외사시가 작품에 반영됐다는 해석”이라고 말했다. 세례자 요한도 9.1도 외사시로 진단됐다.
외사시로 인해 다빈치의 눈으로 본 세상은 3차원 입체가 아니고, 하나의 눈으로 보게 되는 평평한 캔버스 같았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이것이 미술 작업을 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3차원 세상을 평면의 캠퍼스에 잘 옮겨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데생을 할 때 그림 대상을 일부러 한쪽 눈을 감고 봐야 잘 묘사가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간헐적 외사시란 눈의 긴장이 풀리는 상황, 즉 멍하거나 피곤할 때 눈이 바깥쪽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는 사시 형태다. 임한웅 한양대병원 사시 소아안과 교수는 “눈에 힘을 주고 집중하면 두 눈이 사물을 정상적으로 보는 것으로 관찰되지만, 긴장을 풀었을 때는 한 눈이 바깥으로 빠지게 되고 그로 인해 미용적인 문제나 또는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빈치의 외사시가 명작을 남겼다니, 어디를 보고 어떻게 봐야 잘 보는 건지 알기 어려운 게 인간 세상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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