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7월 물가상승률 113%… 상점 가격표가 사라졌다
물가상승률 6개월째 100% 넘어
15일 아르헨티나 언론 인포바에가 전한 현지의 초(超)인플레이션 상황이다. 이날 통계청은 7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7월보다 113.4% 올랐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는 올 2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100% 이상 상승했다. 고공행진하는 물가 때문에 자고 일어나면 물건 가격이 오르니 가격표가 무의미해졌다. 적지 않은 상점 주인은 정찰제를 폐기하고 칠판, 종이 등에 매일 새 가격을 적고 있다.
14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전자기기 판매점에서는 진열됐던 TV가 모두 사라졌다. 나탈리아 그린만 상공회의소 회장은 “판매자는 가격을 책정할 수 없어 물건을 진열하지 않고, 소비자는 돈이 없어 물건을 살 수 없다”면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으로 많은 사업이 마비됐다”고 전했다. 일부 시민은 그나마 물건이 남아 있는 인근 소도시로 가서 물건을 사오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선 ‘오늘이 가장 싸다’라는 말이 일상어다. 좌파 정권의 무상복지와 경제 실책에 따른 고삐 풀린 물가로 시름해 온 아르헨티나가 10월 대선을 앞두고 극우 성향 후보의 급부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그야말로 대혼돈 상태다.
● “140%대 물가 곧 도래”
살인적인 물가에 가뜩이나 얇은 국민의 지갑은 더 홀쭉해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 제시카 페르난데스 씨는 AP통신에 “과거에는 주말마다 가족 7명이 쇠고기 바비큐를 즐겼지만 이제 스파게티, 닭고기 등을 먹는다. 쇠고기는 생일 등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다”고 어려워진 살림살이를 전했다. 세계적인 쇠고기 수출국 아르헨티나에서 정작 국민은 돈이 없어 고기를 먹지 못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좌파 정권이 집권하며 무상복지 정책으로 일관한 탓에 아르헨티나는 만성적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도 9차례 받았다. 보유 외환은 사실상 바닥났고 페소는 비공식 외환시장에서는 사실상 휴지 조각으로 취급받는다. 인접한 우루과이, 칠레 등에서는 미 달러로 환산했을 때 자국보다 물가가 훨씬 저렴한 아르헨티나로 ‘원정 쇼핑’을 나서는 일이 일상화했다.
● 정정 불안도 경제난 부추겨
14일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97%에서 118%로 21%포인트 인상하고 페소 가치는 18% 절하했다. 13일 대선 예비선거에서 “중앙은행과 페소를 모두 없애고 미 달러를 공식 통화로 채택하겠다”고 공약한 극우 성향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후보가 깜짝 1위를 기록한 후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긴급 처방을 내렸다.
‘아르헨티나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 후보는 “집권 후 반대파가 돌을 던지면 그들을 감옥에 가두겠다. 시민운동도 축소시키겠다”고 했다. 이런 그가 10월 22일 대선 본선에서 선전하면 정정 불안은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다 팬데믹 이후 경제 침체와 정치·사회 혼란이 심각한 상황이다. 중남미 최대 경제대국 브라질에서는 15일 전국 26개 주 중 25개 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전이 발생해 큰 소동을 빚었다. 출근 시간대인 이날 오전 8시 31분경부터 약 6시간 동안 계속된 정전으로 지하철 운행, 신호등 작동이 중단되고 전 국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야권은 “섣부른 민영화 때문”이라며 올 1월 재집권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정권을 공격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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