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짐 폭발 액션 베테랑, 기대 폭발 감독 데뷔
- 액션물 ‘헌트’ 등 30여 편 출연
- 첫 메가폰 잡고 주연 맡아 화제
- “함께 호흡한 배우, 스태프들께
- 감독으로 인정받아 제일 감동
- 관객평가 겸허히 받아들일 것”
1994년 ‘구미호’부터 지난해 ‘헌트’까지 지난 30년간 30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스크린을 화려하게 수놓은 정우성이 첫 장편 연출작 ‘보호자’(개봉 15일)를 내놓았다.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와 액션을 소화해 온 정우성인 만큼 그의 첫 연출작에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정 감독은 “시원한 느낌이 든다. 감독으로서 현장을 운영하는 방식이나 끌고 나가는 것 등에 있어 같이 참여한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인정받았다는 만족감은 조금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는 동안 함께 호흡한 동료들에게 감독으로서 온전히 인정받았다는 것에 만족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가 어떨지, 반응이 어떨진 모르겠다. 어떤 평가도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차분하게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 감독이 연출뿐만 아니라 주연도 맡은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사실 정 감독은 ‘보호자’를 연출이 아닌 출연 섭외로 처음 만났다. 그는 “4년 전 ‘보호자’ 출연 제안을 먼저 받았고, 이후 감독이 부재될 수 있다고 해서 연출까지 맡게 됐다”고 메가폰을 쥐게 된 사연을 전했다. 이어 “이렇게 클리셰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작품을 연출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감독으로서 연출부에 처음으로 내린 지시가 레퍼런스를 모으지 말라는 것이었다. 영화에 필요한 영상과 이미지는 이 대본 안에서 찾아낼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찾아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자신의 색깔이 담긴 ‘보호자’를 만들기 위해 다른 작품을 참고하기보다는 대본 안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정 감독은 카메라 뒤뿐만 아니라 앞에서도 종횡무진했다. 표정과 액션으로 딸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수혁의 입체적인 감정을 보여준다. ‘보호자’의 감독 정우성이 본 배우 정우성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너무 어렵다. 대사도 많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장치가 별로 없는 와중에 의도하지 못한 상황의 연속 속에서 딸을 지키기 위해 폭주하는 인물에 깊이 몰입해 임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며 겸연쩍어했다.
‘보호자’에는 조직의 2인자이지만 수혁의 등장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성준으로 김준한이, 성준의 의뢰를 받고 수혁을 제거하려고 성공률 100%의 해결사 우진으로 김남길이 출연한다. 정 감독은 먼저 김준한의 캐스팅에 대해 “함께 출연했지만 붙는 장면이 없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때 연락처를 받았다. 정형성이 없는 연기를 보고 함께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성준 역에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거두절미하고 연락했다”고 말했다. 아이 같은 천진함과 짐승 같은 잔혹함을 연기해야 했던 김남길에 대해서는 “우진 역은 캐스팅하기 진짜 어려웠다. 어떤 배우가 우진 캐릭터를 보고 이해할 수 있을까가 첫 번째 허들이었는데, 김남길 배우가 ‘형 앞에서 하는 것처럼 하면 되죠?’라며 바로 접근해 와서 확 안아 버렸다”며 웃었다.
정 감독은 그동안 수많은 영화에 출연해 멋진 액션을 선보였다. 그래서 ‘보호자’에서 보여줄 액션에도 기대가 컸다. 그리고 어두운 공간에서 플래시를 들고 벌이는 액션을 비롯해 호텔 로비, 터널 등으로 이어지는 다채로운 액션 시퀀스가 ‘보호자’에 있다. 정 감독은 “플래시 액션은 수혁의 전사(前事)를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전달하고자 만든 장면이다. 그 장면은 6시간 만에 찍었는데 아무래도 제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제가 행한 거라 속도가 빨랐다”며 신선했던 플래시 액션 장면을 설명했다. 그에 반해 다른 액션 장면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는 “터널 액션은 1.5km짜리 터널을 겨우 찾았는데 스태프들이 숨을 공간이 없었고, 로비 장면은 세트를 지어 놓고 자동차 드래프트를 했는데 만들어 놓은 분수대가 깨지며 일이 커져서 정해진 공간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쉽지 않았던 액션 연출을 떠올렸다.
그는 앞서 언급했듯 감독이 현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작업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수많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다른 감독의 모습을 지켜봤을 터다. 그는 “저는 김성수 감독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며 영화 ‘비트’로 자신을 청춘스타로 이끈 김 감독을 언급했다. 이어 “왜냐하면 김 감독님은 영화 현장에서 처음으로 저를 동료로 받아주신 분이기 때문이다. 또 감독으로서의 책임감과 그걸 두려워하지 않는 야전 사령관 같은 모습을 보여 주셨다”며 감독이 현장에서 가져야 할 자세나 마음가짐 등을 많이 배웠음을 전했다.
‘보호자’로 영화감독의 대열에 선 정우성. 앞으로 그가 보여줄 영화는 어떤 것일까? 그는 “저의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약간 의외의 선택점들이 많았던 걸 찾으실 수 있을 것이다. 단 한 번도 캐릭터가 준 어떤 영광이나 잔상을 계속해서 이어가거나 간직하려고 한 적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연출을 할 때도 그 대본이 주는 영감을 찾아서, 그 영감에 맞는 뭔가를 찾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대본이 이끄는 길을 따라 색깔을 달리하며 자유롭게 연출하겠다는 정 감독의 영화 세계를 계속 만나고 싶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