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콘다·바다악어… 멸종 위기종이 왜 여기에
아나콘다·바다악어·육지거북·살쾡이·사막여우...
최근 찾은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는 동물원에서도 보기 힘든 희귀 동물들이 모여 있었다. 똬리를 틀고 있는 노랑아나콘다는 몸길이 2m로 국제 멸종위기 2급이다. 브라질 등의 늪·습지에 사는 뱀이다. 1m까지 자라는 설카타육지거북(국제 멸종위기 2급) 3마리도 눈을 끔뻑거렸다. 새끼 바다악어(국제 멸종위기 2급) 4마리도 보였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지금이야 귀엽지만 몸길이가 5m까지도 자라는 녀석”이라고 했다.
국립생태원은 2021년 서천에 국제멸종위기보호종(CITES) 보호 시설을 만들었다. 밀수나 국내 불법 사육을 적발해 압류한 국제 보호종을 임시 보호하는 장소다. 현재 42종(種) 216개체가 있다. 입구부터 초록·노랑 깃털의 앵무새 수십 여 마리가 쉴새 없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였다. 국제 멸종위기 1급인 버마별육지거북과 검정늪거북이 기어다니는 사육장도 있다. 두 개체는 국내 동물원 어디에도 없는 희귀종이다. 야외 보호장에는 고양잇과 맹수 서벌(아프리카살쾡이·국제 멸종위기 2급)이 다리를 꼬고 엎드려 있었다. 나무타기 선수인 흰손긴팔원숭이(국제 멸종위기 1급)와 큰 귀에 둥근 눈망울을 가진 사막여우(국제 멸종위기 2급) 등도 생태원이 보호하고 있다.
올해에만 총 8종, 26개체가 들어왔다. 1.5m까지 자라는 물왕도마뱀(국제 멸종위기 2급)과 이구아나 종류가 많다고 했다. 세관을 통한 밀수 동물 중에는 파충류가 많다고 한다. 어린 파충류는 뼈가 연해 탐지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국제 희귀종인 만큼 몸값도 비싸다. 솔방울도마뱀(국제 멸종위기 3급)은 개체당 300만원을 호가한다. 실제 거래 가격은 1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오갈 데가 없다. 국제 보호종이 국경을 넘으려면 수출.수입 양국의 공식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밀수나 불법 사육으로 걸린 보호종은 이런 허가증이 없다. 원산지 국가는 “타국에서 질병에 오염됐을 수 있다”며 받아주지 않는다. 우리 생태원도 외래종을 함부로 국내에 방사할 수 없다. 과거 이런 동물은 세관이 소각 처리했다. 그런데 국제 희귀종은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오갈 데 없는 외래종 동물을 위한 시설을 만든 것이다.
생태원은 국제 희귀종을 국내 동물원에 보내는 방법을 추진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희귀종인 만큼 사육 조건이 까다롭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이다. 생태원은 현재 보호종 관리에 연간 5억여 원(인건비 제외)을 쓴다고 한다.
국제 보호종의 밀수 방식은 비슷하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앞·뒷다리를 테이프로 감아 옷가지나 엑스레이로 내부 보기 힘든 스테인리스 용기 등에 담아온다. 솔방울도마뱀은 여행용 수하물 안에서 발견됐고, 초록나무비단뱀(국제 멸종위기 2급)은 장난감과 인형에 섞여 들어왔다. 작년엔 국제 멸종위기 1급인 인도별육지거북 91마리가 반찬통에 담겨 들어오다 적발됐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설카타육지거북이는 서울 홍대 길거리를 활보하다 발견되기도 했다.
희귀 동물의 밀수가 끊이지 않는 것은 돈벌이가 되고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현행 관세법상 동물을 밀수하다 적발되면 원가(원산지 시장가격)에 해당하는 벌금만 내면 된다. 예컨대 국내에서 100만원에 거래되는 악어도 현지에서 1만원에 샀다고 하면 벌금은 1만원에 그친다. 밀수업자는 10마리 밀수를 시도해 2~3마리만 성공해도 남는 장사가 된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지금처럼 국제 보호종 밀수가 증가하면 2~3년 내로 시설이 포화할 것”이라며 “밀수 방지가 최선의 대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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