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나오는 방 탈출하면 심장 쫄깃…탑골 아재 휴식처, MZ 놀이터 되다

민경진 기자 2023. 8.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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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스 용두산…나 지금 떨고 있니- 오싹 시원 부산 원도심 즐기기

- 정신병원 콘셉트의 용두산빌리지
- 여름 공포체험 콘텐츠로 입소문
- 괴기스런 음향·소품에 등골 서늘
- 곳곳 튀어나오는 귀신 더위 잊게 해

- 놀란 마음 부여잡고 부산타워 올라
- 탁 트인 바다·불꽃맵핑쇼도 관람

부산을 대표하는 피서지로 바다부터 떠올리겠지만, 조금만 둘러보면 무더위를 식힐 핫플레이스가 넘친다. 원도심을 대표하는 중구의 ‘용두산공원’도 그중 하나다. 느긋하게 산책이나 즐기고, 연말 타종 행사 때나 찾는 곳이라 생각했다면 오산. 지금 이곳에선 오싹한 귀신이 방문객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고, 시야가 확 트이는 120m 높이 전망대가 더위에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또 부산을 담은 미디어아트와 특별전이 몽글몽글한 감성을 자극한다. 여름마다 반복되는 물놀이가 식상하거나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면, 올해는 용두산공원에 한 번 올라보는 게 어떨까.

▮심장 쫄깃 공포체험

지난달 21일 개장한 용두산공원의 ‘귀신의집-안식병동’. 방탈출게임 형식으로 6개의 방에서 미션을 해결하고 탈출해야 한다. 이원준 기자


용두산공원은 부산 중구의 번화가인 광복로 한복판에 있다. 산이지만 나지막한 데다가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방문객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찾아갈 수 있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잔잔하고 평온한 분위기에 ‘조용히 쉬어 가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부산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용두산빌리지(부산타워 인근)에 지난달 21일 ‘귀신의집’이 개장하면서 이곳은 MZ세대의 새로운 놀이터가 됐다.

그런데 웬 귀신의집일까? 여름이다 보니 방문객을 끌어들이기에 귀신 콘텐츠가 제격이기도 했겠지만, 또 다른 연결고리가 있다. 40~50년 전쯤 이곳에 ‘괴기전’이라는 공포 콘텐츠가 있었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관련 정보를 찾기 어렵지만, 어릴 적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면 ‘2023년 버전’의 귀신의집이 새삼 반갑게 느껴질 수 있겠다.

용두산빌리지 내 귀신의집은 ‘안식병동’이라는 정신병원 콘셉트로 꾸몄다. 여기에 방탈출게임을 접목해 6개의 공간에서 차례로 미션을 해결하고 밖으로 빠져나오게 설계했다. 지난해 부산관광공사가 ‘용골의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귀신의집을 처음 선보였는데, 방문객의 큰 호응에 힘입어 올해까지 이어지게 됐다.

용두산빌리지 ‘안식병동’의 모습. Go Boogi Creator 심희수 제공


부산관광공사 측은 “과거 괴기전이 있었던 용두산공원에서 추억과 재미를 소환해 보자는 의미로 귀신의집을 준비했다”며 “지난해에는 처음이라 천막을 활용해 관람만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올해는 컨테이너와 시원한 에어컨까지 설치한 뒤 미션을 적용해 방문객의 체류 시간도 늘렸다”고 설명했다.

평소 귀신 이야기나 공포영화를 정말 싫어하지만, 체험을 위해 지난 8일 오후 회사 동료와 함께 ‘안식병동’에 입장했다.

한 팀당 하나만 지급하는 손전등을 받아 들고 들어서니 코앞도 식별하기 어려운 어둠 속에 놓였다. 병원 특유의 냄새, 괴기스러운 소리와 소품 효과로 한 걸음씩 내디딜수록 신경이 곤두섰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귀신. 작은 움직임에도 ‘혹시 귀신인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기 일쑤였다. 참고로 ‘안식병동’ 내 귀신은 체험객에게 직접 손을 대지 않는다. 체험객도 물론 귀신을 때리거나 건드려서는 안 된다. 이 점은 귀신의집에 입장하기 전에도 안내받는다.

‘안식병동’ 미션은 일반 방탈출카페의 수준보다 평이했다. 하지만 어둠과 공포 속에 놓이니 쉬운 문제라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아쉽게도 한 문제를 풀지 못해 자력 탈출(?)에 실패했다. 미리 안내받은 대로 안에서 “살려달라”고 외치자, 밖에서 직원이 빼꼼 문을 열어줬다. 오싹했던 기분 탓인지, 귀신의집을 나왔음에도 한동안 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용두산빌리지를 방문할 때 운이 좋으면 ‘안식병동’ 밖에서 산책하는 귀신을 만날 수 있다. 무서운 얼굴이지만, 흔쾌히 사진 촬영도 해준다고. 아울러 주말 오후 더위가 한풀 꺾이면 플리마켓이 열리고, 용두산빌리지의 마스코트 ‘뚜용이’가 돌아다니며 방문객을 맞는다.

▮속이 뻥 뚫리는 전망대

‘귀신의집-안식병동’ 귀신과 용두산빌리지 마스코트 ‘뚜용이’. 부산관광공사 제공


귀신의집에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다면 용두산빌리지 옆 부산타워에 들러보자. 흰색의 정갈한 외관과 대비되는 감각적인 내부에 시선을 빼앗기다 보면 귀신을 만났던 일도 금방 잊힌다.

부산타워는 서울의 명소로 손꼽히는 남산서울타워보다 2년 앞선 1973년에 조성됐다. 오랫동안 ‘항도부산’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여겨졌지만 수년 전까지만 해도 ‘수익성’ 문제로 운영사를 구하지 못해 부침을 겪었다. 다행히 BN그룹의 계열사 바이펙스가 나서 재단장한 뒤 2021년부터 다시 방문객을 맞고 있다. 부산타워 재개장 결정에는 향토기업인 만큼 지역의 랜드마크를 활성화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는 BN그룹과 바이펙스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부산타워 1층 로비에서 전망대로 향하는 길목에는 작품 ‘이모션 워크(Emotion Walk)’를 접목한 터널이 있다. 거울과 UV조명을 활용한 캐릭터들을 감상하다 보면 기분이 절로 들뜬다. 터널을 지나 120m 높이의 전망대 상층(T5)까지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45초. 엘리베이터 천장의 스크린 게임에 집중하다 보면 순식간이다.

전망대에서는 발아래 원도심의 복작복작한 풍경부터 저 멀리 푸른 바다까지 한눈에 담긴다. 일상의 눈높이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낯선’ 풍경이다. 포토존인 ‘하늘액자’ 옆으로는 계단을 활용해 좀 더 스릴 넘치게 부산을 조망할 수 있는 ‘아슬아슬 전망대’도 있다. 이 위치에서 밖을 내려다보면 정말 아찔하다.

여름철에는 부산항대교를 배경으로 오후 8시부터 밤 9시30분까지 이색적인 불꽃맵핑쇼를 선보인다. 아울러 부산의 낮과 밤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실감형 전망대도 운영한다. 부산의 24시간을 담은 영상에 음향과 바람 효과를 더해 마치 야외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전망대 상층에서 계단으로 내려가면 하층부의 ‘하늘을 나는 잠수함’(T4)으로 이어진다. 잠수함 콘셉트로 꾸민 이곳은 관람객의 얼굴 사진을 합성해 AR 캐릭터를 만들고, 다양한 배경으로 사진 인화도 할 수 있다. 전망대 상하층을 모두 관람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면 마지막으로 전시장에 닿는다. 기장라벤더보라, 을숙도뮬리핑크, 아홉산푸른녹 등 부산의 주요 명소를 색으로 치환한 공간부터 불꽃축제와 부산의 사계를 담은 전시까지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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