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재주’는 바이든이 부리고, 돈은 공화당이 챙기네
“‘CS윈드’가 짓는, 세계에서 가장 큰 풍력발전기 제조 공장이 콜로라도에 들어섭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공화당 로런 보버트 하원 의원 지역구에 말이죠.” 지난 9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 정책이 미국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이 같은 씁쓸한 농담을 던졌다.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바이든의 경제 정책)의 핵심인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이 16일(현지 시각)로 1년을 맞았다. 코로나 팬데믹 충격을 막기 위해 푼 돈이 유발한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는 취지로 수립된 이 법은 민주당 대통령인 바이든의 의도와 달리 공화당이 우세인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IRA는 미국 제조업 부활과 청정에너지 확대 등을 골자로 수립됐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만 전기차 보조금을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 지급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증가와 아울러 제조업의 중국산 비율을 낮춰 결과적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의도도 이 법에 담겼다. 일자리를 늘려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의 지지율을 끌어들이려는 속내도 있다.
그런데 IRA 시행 1년간의 성과를 보면 IRA의 투자 증대 효과가 대부분 반(反)민주당 기조가 강한,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강세 주)’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3일(현지 시각) IRA에 따른 신규 청정에너지 사업 211개 중 123개(58%)가 공화당 하원 지역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도 IRA와 반도체법이 시행된 이후 발표된 1억달러 이상의 프로젝트 110여 개를 확인한 결과, 80% 이상이 공화당 강세 지역구에 투자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IRA 시행 이후 미국 투자를 발표한 한국 기업도 보수 성향이 강한 남부·중부 지역에 신규 투자를 늘리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현대차그룹은 SK온과 함께 6조5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설립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 삼성SDI는 인디애나주에 투자해 시설을 짓고 있다. 공화당이 강세인 남부 주에는 전기료가 싸고 새 공장을 지을 거대한 부지가 준비된 곳이 많다고 한다. 민주당이 우세인 뉴욕·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엔 IRA를 노린 새 공장이 들어설 땅이 거의 없다.
한편 IRA가 애초에 목표로 한 인플레이션 억제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3.2%까지 내려갔지만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 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린 덕분이지 IRA의 효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IRA가 인플레이션 완화에 미친 효과는 거의 없다는 데 동의한다”고 전했다. 여러 논란에도 백악관은 15일 IRA에 대해 “미국에 투자하고, 열심히 일하는 가족들의 생활비를 낮춰주며 세법을 더 공정하게 만들고, 기후변화에 역사상 가장 큰 투자를 하는 바이드노믹스의 핵심”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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