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버려지는 꽁초 年 320억개… 유럽, 담배 제조사에 수거 책임 물어
지난주 서울 광화문 한 골목에서 점심을 마친 직장인들이 ‘금연’이란 표지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담배 연기가 골목 바깥까지 새어나왔다. 대부분 꽁초를 발로 비벼 끄거나, 빗물받이 안으로 농구하듯 던져 넣었다.
한 해 우리나라에 무단 투기되는 담배꽁초가 320억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연간 소비량(640억개)의 절반이 길바닥에 버려지는 것이다. 세계 주요국은 담배 제조사에 회수·처리 책임을 지우며 처벌 수위도 높이는 추세다. 반면 우리는 2015년 담뱃값을 올린 후 매년 900억원에 이르는 ‘폐기물 부담금’을 걷고 있지만 꽁초 문제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 해 생산되는 담배 6조개 중 4조5000억개가 무단으로 버려지고 있다. 미국은 한 해 무단 투기한 꽁초를 치우는 데만 연간 7억5650만달러(약 1조원)를 쓴다. 영국은 매년 무단 투기한 쓰레기 중 68%가 꽁초이며 처리에 1억3000만파운드(약 2200억원)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우리 환경부는 버려지는 꽁초 양조차 파악한 게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담배꽁초는 생활 폐기물에 해당해 다른 쓰레기와 함께 매립·소각 처리하기 때문에 꽁초만의 처리 비용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주요국은 꽁초 문제를 ‘담배 제조사’와 ‘흡연자’에게 초점을 맞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생산자 책임 제도’(EPR)를 적용해 담배 제조사가 판매뿐 아니라 꽁초의 수거·처리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EPR 대상이 되면 생산자가 제품의 판매부터 수명을 다할 때까지 발생하는 모든 폐기물 관련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
유럽연합(EU)은 꽁초를 플라스틱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EU는 2019년 5월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을 만들면서 담배를 포함시켰다. 담배 필터 안에 들어간 미세 플라스틱을 해양오염의 주범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2020년 담배에 EPR을 적용하는 폐기물방지법이 상원을 통과했고, 이듬해 담배 제조사에 책임을 물리기 위한 별도 기구를 만들었다. 영국도 유사한 ‘꽁초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상품을 생산자가 회수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연초 담배뿐 아니라 일회용 전자 담배까지 생산자가 처리하라는 것이다. 캐나다는 음료의 플라스틱 병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듯, 담배꽁초에 대해서도 유사한 보증금 반환제를 추진 중이다. 담배 제조사가 공공 장소에 재떨이를 설치하는 한다.
반면 한국에서 담배 제조사는 담배를 팔기만 하고 있다. 정부는 담배 가격 인상으로 매년 900억원에 달하는 폐기물 부담금을 걷지만, 뚜렷한 꽁초 대책을 세운 적은 없다. 그 결과 작년 8월 서울의 집중호우 당시 꽁초가 빗물받이를 막으면서 홍수 피해가 커졌다. 지용승 우석대 교수는 “우리나라도 담배 제조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무단 투기하는 흡연자에 대한 벌칙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 버지니아주는 꽁초를 바깥으로 던지면 1000달러 벌금 또는 6개월 징역에 처한다. 호주에선 최대 1만1000호주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싱가포르에선 내·외국인 상관없이 꽁초를 함부로 버리면 법정에 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5만원 벌금이 전부이고 이마저도 잘 단속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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