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가 해외 최대 생산기지 될 것”
현대차가 16일(현지 시각) 인도 하리아나주(州)에서 GM 인도 법인이 보유하고 있던 연 13만대 규모 생산 설비를 갖춘 자동차 공장을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2025년 이후 이 공장이 본격 가동하면 현대차·기아는 인도에서만 약 140만대를 생산하게 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150만대 생산 설비의 절반도 못 돌리는 중국을 빼면 미국(70만대)의 2배인 규모”라며 “인도는 향후 10년간 추가 투자까지 감안하면 한국(319만대)을 제외하고 해외 최대 규모 생산 기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 만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8일 인도를 직접 방문해 타밀나두주 총리 등을 만나 투자 계획을 논의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원래 그룹의 최대 생산 기지는 한때 연 254만대를 생산할 수 있었던 중국이었다. 2016년 기준 글로벌 판매량 중 중국 비율이 22%에 달했다. 하지만 ‘사드 사태’ 등으로 지난해 5%까지 줄었다. 올해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작년 8월 도입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강화된 데다, 중국 경제마저 휘청거려 대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글로벌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가 미래차의 핵심 시장으로 주목받으면서, 현대차뿐만 아니라 글로벌 최강자들이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글로벌 전기차 선두 주자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투자 제안을 한 것은 물론, 글로벌 1·2위인 도요타와 폴크스바겐그룹도 최근 잇따라 인도에 생산 설비 확충 계획을 발표하는 등 현지 투자에 나섰다. 인도 전기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2020년 1억9500만달러에서 2022년 6억7400만달러까지 늘어나는 등 미래차 생태계도 왕성하게 확장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지금의 인도에서 20년 전 중국 모습이 보인다”는 반응이 많다.
◇현대차 “가파른 인도 성장세에 선제 대응”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에는 향후 10년간 인도에 2000억루피(약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도 발표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인도 판매량이 작년 81만대로 시장점유율 2위(21.2%)인데,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투자의 이유는 탄탄한 인도 시장의 성장세다. 코로나 사태와 공급망 충격 등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5년 전보다도 줄었지만, 인도만큼은 같은 기간 18.5% 늘어나 일본을 제치고 중국·미국을 잇는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올라섰다. 거기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율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전기차 전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테슬라·도요타, 탈중국 대안 찾아 인도로
전기차의 상징 기업인 테슬라는 인도를 신차 생산 전략 기지로 삼고 있다. 2만달러(약 2700만원) 안팎의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2′를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는 최대 생산 기지가 중국에 있고, ‘메이드 인 차이나’ 자동차를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견제와 중국 기업들과의 가격 인하 경쟁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제는 ‘메이드 인 인디아’ 전기차로 이를 극복할 계획인 셈이다.
글로벌 1·2위인 도요타와 폴크스바겐그룹도 상황이 비슷하다. 도요타는 작년 기준 중국 사업 비율이 약 24%. 폴크스바겐은 39%에 이른다. 하지만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 점유율이 흔들리면서 그룹 전체 실적까지 영향을 주고 있어 신시장이 절실하다. 도요타는 지난해 인도 전기차 시장에 480억루피(약 7713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폴크스바겐은 올 연말쯤 대표 전기차 ‘ID.4′를 인도에 출시하는데, 향후 현지 생산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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