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주장의 품격
지난 12일(현지시간), 한국 축구의 레전드 길을 걷고 있는 손흥민 선수가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명문 팀 토트넘 홋스퍼의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됐다. 런던을 연고로 하고 있는 토트넘이 141년 만에 맞이한 비(非)유럽인 주장이다. 그리고 다음 날 토트넘의 2023-2024 리그 개막전이 벌어진 영국 런던 브렌트퍼드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손흥민 선수는 ‘캡틴(captain)’이라고 선명하게 쓰여진 완장을 차고 브렌트퍼드와의 경기에 임했다. 주장 손흥민은 경기 시작 전,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결의를 다졌다. 그리고 팀의 승리를 위해 공격 선봉에 나섰다.
캡틴은 선수들과 코치진의 가교이면서 팀의 구심점이자 정신적 지주다. 그래서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모범이 되는 고참 선수가 주로 맡는 게 전통이다. 이미 주장 완장을 차기 전의 손흥민 선수는 자신보다는 팀을 위해 헌신하고, 팀원들과 각각의 세리머니를 하는 등 소통의 구심점 역할을 한 지 오래다. 그래서 새로운 선수가 영입되면 가장 먼저 친해지는 선수로 유명했다. 그리고 포체티노 전 감독부터 최근에 부임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까지 모든 감독들이 사랑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해리 케인이 떠난 뒤 토트넘의 주장 자리는 어쩌면 손흥민 선수가 ‘찜’했는지도 모르겠다.
브렌트퍼드와의 개막전은 아쉽게 비기긴 했지만 레스터시티에서 영입된 토트넘의 새로운 미드필더 제임스 메디슨은 경기가 끝난 뒤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경기가 끝난 뒤 원정 온 홈팬들 앞까지 가서 인사를 하자고 주장 손흥민이 제안했다는 것. ‘팬이 있어야 팀이 있다’는 프로 세계의 아주 당연한 이치를 주장 손흥민이 새삼 깨우쳐 준 것이다. 이것이 손흥민 선수가 축구 선수로서 존경 받는 이유가 아닐까.
당론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각 주장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있고,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품격을 잃은 주장은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 그 당연한 이치를 되새겨 보자.
김규태 기자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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