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세계 잼버리, 왜 굳이 새만금이었나

경기일보 2023. 8.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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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민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대회를 마친 지 한참 됐지만, 여전히 시끄럽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악한 환경과 조직위원회의 운영 미숙으로 크게 지탄받았다. 새만금 현장에서 폭염과 벌레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참가자들이 줄을 이었다. 이어 태풍까지 다가오자, 새만금 잼버리는 지난 8일부터 새만금에서 철수해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결국 새만금 잼버리는 국제적 지탄과 망신 속에 ’한국 각 지역 잼버리‘가 되고 말았다.

대회 장소가 왜 굳이 새만금이었을까? 한국 여름은 덥고 습하다. 잼버리 대회가 진행된 전북 새만금의 저녁부터 아침까지의 습도는 평균 85% 안팎이다. 이 수준의 습기가 사람을 얼마나 괴롭히는지 우리는 잘 안다. 잼버리 대회에 온 세계 각국의 청소년(14∼17세가 대상) 중 대다수가 이렇게 더우면서 습한 날씨를 난생 처음 겪었을 것이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이 간척지 천막 안에서 열대야를 견디며 잠을 자라고 하는 것은 고문에 가깝다.

더욱이 한국의 8월에는 집중호우나 태풍이 발생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때맞춰 태풍 ‘카눈’이 통과했다. 아무리 스카우트 정신으로 무장한다 한들 새만금 허허벌판에서 과연 그 집중호우와 태풍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잼버리 대회 준비 임무를 맡은 이들도 모르지 않았다. 조직위 문서에 폭염·폭우·태풍에 대비해야 한다는 문장과 나름의 대책이 적혀 있었다. 잼버리 주관 기관 공무원들이 해외 출장을 다녀와 만든 일부 출장 보고서에, 4년 전 일본 간척지에서 열린 잼버리의 제반 문제가 새만금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었다. 또 화장실 시설 확장과 위생적 관리 방안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고서에만 그쳤다. 허허벌판 간척지에서 열린 새만금 잼버리는 폭염 무방비에 비위생적 화장실로 세계적 망신을 샀다.

사실, 금번 잼버리는 새만금 개발에 도움을 줬다. 정부 예산에서 매립비용이 지출되고, 간척지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건설됐다. 새 공항 건설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오는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야영생활을 하며 유익한 경험들을 하도록 하는, 본질적 고민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 틈에 별별 이권이 끼어들고 관리들은 눈치 빠르게 잇속을 챙겼다. 1000억원이 넘는 준비 예산이 다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다. 새만금 ‘알박기’에 세계 청소년의 기대와 국민 세금이 공중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잼버리 피날레로 성대한 K팝 공연이 펼쳐졌다. 그나마 이것으로 청소년들이 즐거운 추억을 하나 더 안고 돌아가길 바랄 뿐이다. 힘든 환경에서도 도전과 개척으로 희망을 키우는 스카우트 정신이 금번 잼버리에 참여한 청소년들, 그리고 우리 한국인들이 가슴 깊이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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