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 1.8배 인천시 용역비... 일이 많아선가, 못해선가
용역(用役)만큼 그 의미가 애매한 말도 없을 것 같다. 사전적으로는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노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재화와 용역’이라 할 때는 서비스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철거 현장의 ‘용역 깡패’에서는 일을 시킨다는 뜻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공공 행정 분야에서 용역이 일상화해 있다. 용역 발주, 용역 입찰, 용역 착수, 용역 관리, 용역 준공, 용역 보고 등등. 공무원들 일이 온통 용역에 매여 있는 모양새다. 사업 과제나 정책 과제를 자체적으로 다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외부 전문가 집단과 협업해 정책 성과를 높이는 순기능도 있다.
인천시가 용역사업에 대한 사전 통제를 강화한다고 한다. 과다한 용역 발주를 막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최근 ‘용역사업 사전 검토 강화 계획안’도 마련했다. 10억원 이상의 기술·일반·학술 용역에 대해 외부 기관에서 사전 검토를 받도록 한다. 인천연구원의 ‘공공관리센터’가 검토 업무를 맡는다. 이달까지 일선 사업부서의 10억원 넘는 용역사업에 대한 수요조사도 벌인다. 전문적인 검토 없이 용역비를 산출, 과다하게 예산을 집행하는 경향이 있다는 자성에서다.
현재는 10억원 이상 학술연구용역에 대해서만 심의를 거친다. 자체 용역심의위원회다. 심의위는 해당 용역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먼저 본다. 이어 사업계획, 과업내용, 수행기간, 용역비 등의 적정성 등을 살핀다. 그러나 기술·일반 용역사업은 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예산 실무심사로 대체해 왔다. 최근 3년 동안 인천시의 용역 예산은 매년 400억원을 훨씬 넘어선다. 용역 건수도 150여건씩에 이른다. 올 상반기에만 202억원을 썼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 115억원을 썼다. 그래서 전국 7개 특·광역시 중 용역비 지출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추세는 지속할 전망이다. 제물포 르네상스 등 중장기 계획 수요가 많아서다. 지난해 상반기 23% 수준이던 10억원 이상 용역이 올해는 31%로 늘었다.
지난해 인천시의회는 예산을 심사하며 중복해 벌이는 용역사업을 찾아내기도 했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 사태에서도 과다한 용역을 수의계약까지 해 말썽이다. 이 중에는 회의 진행이라는 용역도 있었다. 중복 용역, 요식행위적 용역, 책임회피성 용역 등은 걸러내야 한다.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까지 손쉽게 외부에 떠넘기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 조직의 용역만능주의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 개별 용역사업들의 전말을 다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시민 세금으로, 서울시보다 용역비를 1.8배 더 많이 쓴 인천시.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인가, 일을 못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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