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꿈속의 꿈

혜원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 사회국장 2023. 8. 17.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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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을 보면 꿈속에서 거대한 세상이 만들어지고 순식간에 바뀌고 소멸하기도 한다.

꿈속에서 사람의 기억과 감정을 조작하기도 하고 그것을 통해 현실의 판단과 선택도 바꾸게 한다.

지금 저들의 꿈을 말하는 이 역시 꿈속 사람이구나.

꿈을 말하는 세 사람 모두 꿈속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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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 스님(조계종 조계사 사회국장)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을 보면 꿈속에서 거대한 세상이 만들어지고 순식간에 바뀌고 소멸하기도 한다. 꿈속에서 사람의 기억과 감정을 조작하기도 하고 그것을 통해 현실의 판단과 선택도 바꾸게 한다.

글을 쓰려고 영화 '인셉션'을 검색해보니 벌써 12년 전 개봉한 영화였다. 몇 년 전 일인 것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니 꿈을 꾼 것인가.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에서도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꾸는 꿈이 나인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며 느끼는 생동감 있는 이 현실도 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나 확신의 문장은 자주 나타난다. 서산대사의 '삼몽사'(三夢詞)라는 시도 있다.

주인몽설객(主人夢說客)
객몽설주인(客夢說主人)
금설이몽객(今說二夢客)
역시몽중인(亦是夢中人)
주인이 손님에게 꿈을 말하고
손님도 주인에게 꿈을 말한다.
지금 저들의 꿈을 말하는 이
역시 꿈속 사람이구나.

꿈을 말하는 세 사람 모두 꿈속에 있다는 것이다. 현실이란 무엇일까. 뇌 과학자에게 묻는다면 단지 뇌 속의 전기신호라고 할 수도 있고 이 우주 자체가 단지 고도로 발달한 컴퓨터 속의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금강경'에서는 관념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일은 모두 꿈, 환상, 물거품, 그림자 같다고도 한다. 관념은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가치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상황과 해석이 바뀌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TV 쇼핑채널의 광고에서 "주문폭주! 마감임박!"이라는 광고멘트에 급하게 구매하고 후회하거나 누군가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나서는 "아까는 내가 지나쳤어 미안해!"라고 사과하는 일이 빈번하다. 어느 순간 '이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진실이다' 하고 확신하고 벌인 일이 조금만 상황이 바뀌면 마치 꿈을 꾸고 일어난 듯 뒤바뀌는 일은 너무도 자주 일어난다.

이처럼 꿈과 현실의 경계는 생각보다 모호하다. 계속 변해가는 세상에서 어떤 것이라도 확신하거나 절대적인 것으로 여긴다면 곧 꿈속의 일이 되기 쉽다. 투자에 대한 확신, 어떤 약속, 연인의 사랑, 정치적 구호 등 살아가면서 절대적으로 믿거나 그것을 강요받는 일은 매우 많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상황은 변하고 사람의 마음도 변하고 계절도 변한다. 그 모든 변화가 얽혀 더 복잡하게 변화한다. 세상일이란 것이 날씨와 같이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세상을 불신하라는 것은 아니다. 꿈이든 생시든 과몰입해서 자신과 주변을 고통에 빠뜨리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저런 일들이 개인의 일이면 그저 꿈을 꾸었다 생각하고 말면 그만이지만 역사 속에서 어느 한 집단이나 나라가 다른 집단과 나라에 벌인 폭력은 셀 수 없이 많다. 인류를 사랑하고 약자를 보호해야 할 종교가 전쟁에 이용되거나 피부색이나 언어, 혹은 신념이나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저지른 만행들은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켰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 대한민국은 어떤가. 극심한 좌우대립으로 상대편을 증오하고 원망하면서 서로를 없어져야 할 존재로 여기기도 한다. 정치라는 것은 서로 잘살기 위한 수단이지 싸워서 상대편을 이기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과 집단의 욕망이 얽히고 설켜 배가 산으로 간다. 우리가 소모적인 정치논쟁으로 허비하는 에너지가 얼마나 될까. 뉴스와 신문 그리고 그 댓글, 전국 거리의 수많은 플래카드, 집회와 시위, 하루에도 수도 없이 쏟아지는 유튜브 동영상과 그것들의 전파와 그런 것들을 접하며 소모하는 시간과 정신들은 가치로 따지기도 어렵다.

온갖 번민으로 괴로운 우리 모두에게 말을 전하고 싶다. "기왕 꾸는 꿈 좋은 꿈 꾸세요!"라고. 대립과 분열이 아닌 존중과 화합을 꿈꾸며…

혜원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 사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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