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블렌딩(blending)한 쌀 브랜드(brand)의 놀라운 도약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2023. 8. 17.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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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올봄 일본의 편의점업계에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다. 일본 최대 편의점 기업인 세븐일레븐 재팬은 외부기업에 오니기리(주먹밥) 제품의 감수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제품이 아니라 품질을 판매한다고 자랑하는 세븐일레븐이 편의점의 얼굴 격인 주먹밥을 외부회사에 감수를 해달라고 요청한 놀랄 만한 사건이다. 그 회사는 바로 에도 시대부터 이어온 교토의 노포 쌀가게에 뿌리를 둔 쌀 전문기업 '8대째 기헤이'라는 곳이다.

이 회사는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여러 종류의 쌀을 블렌딩(blending, 혼합)해 만든 쌀을 백화점과 레스토랑에 판매함으로써 계속 성장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일본 최대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콜라보레이션을 했다. 이 회사는 세븐일레븐이 구입한 약 70종류의 쌀 중에서 오니기리에 가장 적합한 블렌딩 방법을 고안하고 정미방법도 전수해가며 어느 공장이든 전국적으로 같은 맛이 나도록 시험생산을 반복해 기존 편의점 쌀과는 확연히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결과 감수한 제품을 포함한 오니기리 판매는 출시 당시인 2023년 3월에 전년 대비 1% 증가했다. 앞으로 세븐일레븐은 '8대째 기헤이'의 노하우를 새로운 맛과 도시락에 통합함은 물론 쌀의 블렌드 개념을 모든 쌀 제품에 통합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모든 기술을 총괄하는 사람은 CEO를 맡고 있는 하시모토 기헤이다. 기헤이는 위에 언급한 교토의 쌀 전문 노포의 8대 후손으로 2006년 가업에서 독립해 창업하고 쌀 블렌딩에 매진했다. 기헤이 사장은 전국 각지를 돌며 연간 1000회 이상 시식을 하면서 노하우를 만들어간다.

"맛있는 밥은 달콤하다"는 그의 지론에 따라 광택, 백색도, 향과 같은 총 7가지 항목으로 쌀을 평가하며 모든 지역과 품종의 쌀맛이 데이터베이스에 담긴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요구에 따라 여러 품종을 1%씩 배합해 원하는 밥맛을 더해 음식의 맛을 극대화하는 쌀을 제공하는 궁극의 노하우다.

약 40명의 직원 모두가 쌀과 블렌딩 기술에 대한 지식을 증명하는 '쌀 마이스터' 별 3개 인증을 취득할 의무가 있으며 최고등급인 별 5개 등급을 받은 직원도 10명이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헤이 사장이 기본 데이터 등록과 완성된 블렌드 모두에 대한 최종 맛 판단을 내린다.

그가 블렌딩으로 일가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이유는 회사설립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대학을 졸업한 후 기헤이는 대형 유통회사에 취직한 후 교토의 쌀 도매상에서 훈련을 받고 전국 각지에서 모은 다양한 쌀을 먹었고 산지를 방문하며 쌀맛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것이다. 특히 니가타현의 고시히카리와 이바라키현의 밀키퀸은 쌀에 대한 기헤이의 견해를 바꿨고 이후 블렌딩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창업하게 된다.

맛의 '정확성'은 업적에 의해 입증된다. 최고급 블렌디드 라이스 '오키나카스미'를 필두로 기헤이의 브랜드 쌀들은 미슐랭 별 3개를 받은 스시 요시타케(도쿄), 기온 사지키(교토), 델타항공 비즈니스클래스 기내식 등 900개 이상의 레스토랑과 시설에서 애용하고 있다.

올해 약 20억엔(약 184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기헤이는 이제는 솔루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가전회사 히타치에서 출시한 밥솥을 감수하면서 밥을 먹을 때 느끼는 최고의 입자와 단맛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혁신작업을 진행한 결과 지난 7월 출시된 최신 모델에서는 수분흡수 시간을 연장하고 찜을 단축해 단맛을 12% 증가시켰다.

작은 쌀가게 출신이 히타치, 세븐일레븐과 같은 대기업에 '넘사벽'의 노하우를 판매하게 된 것이다. 특히 전국의 2만1000개가 넘는 편의점의 모든 '밥'을 감수할 수 있는 건 단순한 오더가 아니라 '갑'의 시스템을 컨트롤할 수 있는 권한을 통해 독창적인 혁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위스키, 커피, 와인이 아닌 쌀을 블렌딩(blending)한 독창적인 쌀 브랜드(brand)의 놀라운 혁신이다.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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