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철기의 개똥法학] '좋은 재판'을 위한 노력
앞으로 6년 동안 사법부를 이끌 후임 대법원장 지명이 임박했다. 후임 대법원장이 누가 될지를 놓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지난 6년간 사법부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100명이 넘는 판사가 검찰 조사를 받았고, 다수의 고위 법관이 기소돼 재판을 받았거나 지금까지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밖에 법원행정처의 기능 축소 및 비법관화, 고등부장 선발제도의 폐지, 법원장 추천제, 지방법원 대등재판부 도입 등도 지난 6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다.
이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법관이 외부의 간섭 없이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고 법관들의 ‘워라밸’ 문화가 정착됐다는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에 사법행정의 부재, 재판 지연, 사법부의 위상 저하 등을 들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엇갈린 평가 속에 취임하는 신임 대법원장에게는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사법부의 숙원인 상고제도 개편 문제, 신임 법관의 최소 경력 요건 문제, 법관 처우 개선 문제 등 정부나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문제도 많지만 사법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도 많다.
과거에도 사법부 수장이 교체될 때마다 전임자가 중점 추진하던 정책들이 동력을 잃고 흐지부지되거나 명시적으로 폐기되는 일이 많았다. 지난 6년간 사법부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갔는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방향을 다시 설정하고, 이를 위한 정책을 꾸준하고도 치밀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차기 대법원장 앞에 쌓인 현안들
그동안 추진된 여러 정책의 공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사법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법원장 추천제는 법원의 구성 원리에 맞지 않고 실제로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방법원 대등재판부도 재판연구원 등 보조인력이 대폭 충원되지 않는 한 무작정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운다.
법원은 분쟁을 해결하고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므로, 법원의 목표는 좋은 재판, 즉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는 것이다. 사법부 독립이나 인사제도 개혁 등도 ‘좋은 재판’이라는 목표를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인해 지난 6년간 사법행정권의 부정적인 측면이 크게 부각됐다. 그러나 사법행정권의 남용을 막기 위해 법원행정처를 비법관화하고 사법행정권을 각종 위원회에 대폭 위임하는 것이 과연 사법부의 독립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개혁은 공정·신속한 재판 위한 수단
사법행정권은 법관의 인사, 예산 등 법원 운영을 위한 행정업무를 포괄한다. 사법행정권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이 역시 ‘좋은 재판’을 위해 존재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므로, 좋은 재판을 위해 사법행정권의 역할과 한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법부 구성원의 공감대도 필요하다. 나아가 법관들이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인사제도를 개편하는 일도 시급해 보인다.
현재 사법부가 직면한 여러 문제 중 일부는 불가역적일 수 있고, 일부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시대 변화나 세대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난관에 봉착하더라도 좋은 재판을 위한 노력을 멈출 수는 없다. 좋은 재판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믿음이자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희망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은 국회의 인준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아마도 지금 대통령실에서는 대법원장 후보자들의 능력, 경력, 인품, 도덕성, 세간의 평가 등을 다각도로 검증하고 있을 것이다. 대법원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인품이나 도덕성 등도 중요하겠지만, 현재 사법부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장기적으로 사법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의지와 실천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에 공감대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사법부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 신임 대법원장의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부디 대통령의 신임 대법원장 지명이 ‘좋은 재판’을 위한 흔들리지 않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민철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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