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온에 병해충 극성… 고랭지 배추도 소멸 위기

김정호 2023. 8. 1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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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열대화가 심화되면서 강원도 고랭지배추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14일 방문한 삼척시 하장면에 위치한 이동열(58)씨의 고랭지 배추 밭.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서 약 13만2200㎡(4만평) 규모의 고랭지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최선동(57)씨의 경우도 배추가 이상기후로 인한 세균병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강원도 고랭지배추 총 재배면적은 4069㏊로 전국 재배면적(5495㏊)의 약 92%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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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열대화 시대 강원도가 끓는다] 3. 폭염 증가에 고랭지농업 황폐화
태백·정선·삼척 등 열대화 심화
선충 피해 심각… 농사포기 속출
도 재배면적 10년간 20% 줄어
“이대로면 국산 배추 사라질 것”
▲ 삼척시 하장면에서 고랭지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이동열(58)씨가 8월 초 수확이 예정돼 있었으나 선충 피해로 수확조차 하지 못한 밭을 쳐다보고 있다. 김정호

지구열대화가 심화되면서 강원도 고랭지배추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14일 방문한 삼척시 하장면에 위치한 이동열(58)씨의 고랭지 배추 밭. 밭 곳곳에는 이미 선충피해를 입어 잎이 누렇게 말라버린 배추가 보였다.

씨스트 선충류의 경우에는 지난 2011년 태백, 2017년 정선에서 최초 발생한 이후 삼척, 영월, 강릉 등 인근 지역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씨스트선충에 감염되면 배추 뿌리에 양분과 수분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생육 저하, 결구 불량 등이 나타난다.

이 씨의 배추 밭에서 선충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약 7년 전부터다. 해를 거듭할수록 피해가 점점 더 커졌고 이제는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8월 초에 수확한 배추의 경우 밭 대부분이 선충 피해를 입어 제대로 수확도 하지 못한 채 밭에서 폐기해야 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이 씨의 주변에서도 농사를 그만두겠다는 농가가 늘고 있다. 이동열씨는 “확실히 해를 거듭할 수록 배추에 세균이나 바이러스성 병해가 생기는 규모나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대로 라면 국산배추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고랭지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서 약 13만2200㎡(4만평) 규모의 고랭지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최선동(57)씨의 경우도 배추가 이상기후로 인한 세균병 피해를 입고 있다. 기존에는 40일 정도만 넘기면 병 없이 출하가 가능했는데 요즘 같은 경우에는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는 날씨 탓에 출하 직전에도 세균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2022년 기준 강원도 고랭지배추 총 재배면적은 4069㏊로 전국 재배면적(5495㏊)의 약 92%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이상기후다. 폭염일이 증가하면서 고랭지 농업에 세균병이 돌기 시작했다. 도내 대표 고랭지 작물 재배지역인 태백의 경우 폭염일수(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를 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는 11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폭염일수는 29일로 집계됐다. 10년 새 2배 증가한 셈이다. 강릉의 경우에도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27일이던 폭염 일수는 2014년부터 2023년 8월 현재까지 146일로 늘었다.

반면 강원도내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매년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3년 5099㏊이던 재배면적은 2023년 4069㏊로 감소했다. 10년간 20.2%가 준 셈이다.

고랭지 배추 생산량 또한 매년 감소세다. 통계청 집계결과 지난 2018년 도내 고랭지 배추 10a 당 생산량은 4908㎏이었으나 2021년에는 4470㎏까지 감소했다.

서영호 도농기원 토양환경연구팀장은 “농진청은 앞으로는 전국적으로 고랭지 농업이 가능한 곳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예찰과 방제 등으로 병해를 최소화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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