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골레 파스타 최대 위협으로 지목된 ‘푸른 꽃게’

이탈리아 베네토주, ‘푸른 꽃게와의 전쟁’ 선포
조개껍데기 뜯어내는 데 능숙…퇴치 위해 42억 포상금 내걸어

이탈리아에서 조개 양식의 최대 적으로 지목된 ‘푸른 꽃게’. 게티이미지뱅크

이탈리아 동북부 베네토주가 조개 양식장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외래종 게 ‘푸른 꽃게’(Blue crab)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16일(현지시간) 루카 자이아 베네토 주지사가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에게 푸른 꽃게 두 마리를 보여주면서 이 게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재앙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북미 대서양 연안에 주로 서식하는 푸른 꽃게는 몇 년 전부터 지중해로 유입됐다.

특히 최근 몇 달 동안 이탈리아 동북부 해안에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몸무게가 최대 1㎏에 달하는 푸른 꽃게는 먹성이 엄청난 데다 날카로운 집게로 조개껍데기를 뜯어내는 데 특히 능숙하다. 이런 푸른 꽃게가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먹는 봉골레 파스타에 들어가는 조개를 비롯해 홍합, 굴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면서 양식업자들은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유럽 최대의 조개 생산국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중국, 한국에 이어 세 번째다.

자이아 주지사는 "우리는 7월 24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며 "정부에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주 푸른 꽃게 퇴치를 위해 290만유로(약 42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 돈은 푸른 꽃게를 포획하고 폐기하는 사람들에게 포상금으로 지급된다.

그러나 이 같은 포획 방식이 해결책이 될지는 불분명하다. 유럽 최대 조개 양식협회 중 하나인 플레시네 어업협회의 생물학자인 에마누엘레 로세티는 "매일 12t(톤)의 푸른 꽃게가 포획되고 있지만 개체 수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12월이 지나면 우리 협회에 속한 어민들은 더 이상 판매할 제품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