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외다리 비둘기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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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한 쌍을 만났다.
비둘기 한 쌍은 다시 외다리로 서로 눈을 마주봤다.
한쪽 다리를 잃은 짝에 대한 배려일까? 동정일까? 사랑일까? 두 다리가 멀쩡한 비둘기는 이제 외다리인 짝과 동고동락하며 외다리로 서있는 것이 익숙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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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한 쌍을 만났다. 지난 14일 아침 전철역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비둘기 두 마리를 봤다. 자세히 보니 두 마리 모두 다리가 하나밖에 없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도시의 비둘기는 도시의 직장인처럼 고단하다. 먹이 활동이 쉽지 않다. 사방이 콘크리트요 천지가 유리벽이다. 먹고 살게 없다. 천적도 호시탐탐 노린다. 고양이는 물론 사람도 경계 대상이다. 다른 복병도 있다. 바람에 날리는 비닐끈이 발목을 잡는다. 건물 틈새에 얽히고설킨 철사가 다리를 옭맨다.
열차 소리에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틈새로 외다리 비둘기 두 마리가 움직였다. 한 마리는 한쪽 다리로 껑충껑충 뛰어 인파를 피했다. 다른 한 마리는 날개깃에서 한쪽 다리를 내려 두 발로 짝을 뒤따랐다. 외다리 비둘기가 걸음을 멈추자 짝도 멈춰 서더니 다시 다리 하나를 날개깃 속으로 올렸다. 비둘기 한 쌍은 다시 외다리로 서로 눈을 마주봤다.
한쪽 다리를 잃은 짝에 대한 배려일까? 동정일까? 사랑일까? 두 다리가 멀쩡한 비둘기는 이제 외다리인 짝과 동고동락하며 외다리로 서있는 것이 익숙해 보였다. 변하지 않는 마음에 대한 외다리 비둘기의 보은일까? 짝을 귀찮게 뒤쫓는 떠돌이 비둘기를 외다리로 껑충껑충 힘겹게 뛰어 쫓아 보냈다.
실학자 유득공(1748년~1807년) 선생이 쓴 비둘기 백과사전 ‘발합경’이라는 책이 있다. 18세기 한양에서는 요즘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비둘기를 애완동물로 돌봤다. 책은 23종의 비둘기 이름, 종류, 외형, 습성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글과 그림에도 조예가 깊었던 선생은 비둘기 성격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정해진 짝이 있어 무리지어 살아도 어지럽게 뒤섞여 지내지 않는다. 떨어지거나 죽는 경우가 아니면 짝을 바꾸는 법이 없다.”, “곁에 암컷이 있으면 오래도록 서성이며 떠나지 못한다.”
불모(不毛)의 도시에서 만났던 한 쌍의 외다리 비둘기가 뇌리를 떠나지 않아 불후(不朽)의 사랑 이야기로 전한다.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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