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혼란 부채질하는 전·현직 대통령의 말
文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
尹, 광복절 경축사와 동떨어진 '공산' '건설 카르텔' 발언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우리는 간혹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 또는 자신과 관련한 일인데 무관하다거나, 몰랐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을 보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 대체로 '상황에 맞는 말 좀 해라' '남 얘기하듯 말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곤 한다.
요즘엔 전·현직 대통령의 메시지와 발언을 들으며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상황에 맞지 않거나 또는 '유체이탈'에 가까워 혼란스럽다. 일반인도 아니고, 전·현직 대통령의 말인데도 불구하고 말의 무게를 느끼기가 어렵다.
지난 12일 끝났지만, 여전히 논란인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를 둘러싼 전·현직 대통령의 평가를 보자. 지난 13일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습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습니다"라고 혹평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새만금을 세계에 홍보하여 경제적 개발을 촉진함과 아울러 낙후된 지역경제를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여겨, 대회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전북도민들의 기대는 허사가 되고 불명예만 안게 되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였던 2017년 잼버리대회를 유치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으니 안타까움을 드러냈다고 이해하려 했다. 아쉬운 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새만금 잼버리대회 준비에 대한 사과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서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조롱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윤 대통령의 잼버리대회 평가도 현실과 거리감이 있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잼버리를 무난하게 마무리함으로써,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는데 큰 역할을 해준 종교계, 기업, 대학 및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무난'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는 데' 등의 표현이 눈에 띈다. 애써 잼버리대회 문제를 축소하려는 듯한 발언으로 들린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있거나 그 자리에 있었다면 메시지에 신중을 더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잼버리 관련 메시지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아울러 국민 혼란 최소화를 위해 상황에 대한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말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본과 관련한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더 그렇다. 이런 국민 정서로 윤 대통령의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도 공감을 사기에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며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모르진 않지만, 광복절에 이런 메시지를 듣는 국민의 생각은 어떨지 한번쯤 고민했어야 한다.
또, 윤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의 불법 근절" "건설 카르텔은 철저히 혁파" "교육 현장에는 규칙이 바로 서야 하고, 교권을 존중하는 것이 바로, 규칙을 세우는 길" "올해는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자 한미동맹 체결 70주년이 되는 해"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 등을 경축사에 담았다. 광복절 경축사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과격해서도, 그렇다고 두루뭉술해서도 안 된다. 때와 장소에 맞는 간결하면서도 확실한 내용이어야 한다. 그래야 '말의 힘'이 생긴다. 그러나 전·현직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말의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지자들 그리고 '네 탓' 정서만 밑바탕에 깔린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국민이 전·현직 대통령에게 듣고 싶은 말은 '유체이탈'이나 '네 탓' 그리고 '뜬금포'가 아닌 건 분명하다. 지도자로서의 '품격'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상황 판단이라도 제대로 된 말을 해주길 바라본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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