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혁신한다더니 전관에 일감 몰아준 ‘구제 불능’ LH

2023. 8. 16. 23:5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지난달 말 철근 누락 아파트 명단이 공개된 뒤 보름 동안 이뤄진 설계·감리 용역 6건도 모두 LH 전관업체가 따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철근 누락 아파트의 설계·감리를 맡은 전관업체 18곳도 경쟁 방식이 아니라 수의계약으로 따낸 일감이 최근 3년간 77건, 2300억 원대에 이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지난달 말 철근 누락 아파트 명단이 공개된 뒤 보름 동안 이뤄진 설계·감리 용역 6건도 모두 LH 전관업체가 따간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이 중 2건은 이번 철근 누락 아파트의 설계·감리를 맡았던 업체들이 수주했다. 후진적 부실시공과 ‘엘피아’(LH와 마피아 합성어)로 불리는 전관 특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전관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것이다.

더군다나 LH는 이달 초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해 전관 특혜나 이권 개입, 담합 등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다시 한번 국민을 기만하는 엉터리 쇄신임이 확인됐다. 이는 LH 전관 출신끼리 유착하는 이권 카르텔과 먹이사슬 구조가 그만큼 뿌리 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6∼2021년 LH 3급 이상 퇴직자 6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LH 계약업체에 재취업했고, 이 기간 전관업체에 몰아준 일감은 9조 원이 넘는다. 이번 철근 누락 아파트의 설계·감리를 맡은 전관업체 18곳도 경쟁 방식이 아니라 수의계약으로 따낸 일감이 최근 3년간 77건, 2300억 원대에 이른다.

LH의 눈 가리고 아웅 식 혁신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조직 쇄신을 하겠다며 전 임원이 사표를 냈다고 했지만 실제 4명의 사표만 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4명 중 2명은 이미 지난달 임기가 끝났고, 나머지 2명도 다음 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어차피 그만둘 사람을 앞세워 ‘사퇴 쇼’를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LH는 2년 전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조직 해체 수준의 혁신’을 다짐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이후에도 불공정 근절, 안전경영 우선 등의 쇄신안을 잇달아 내놨지만 이를 체감하는 국민이 없을뿐더러 이번 사태로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이제는 자체 혁신에 맡겨둘 게 아니라 정부가 책임지고 LH에 대한 대대적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이번에도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공기업 LH의 존재 이유는 사라질 것이다.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