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이재명과 조국의 ‘피해자 코스프레’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잃은 뒤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이재명 대표가 검찰 소환 통보를 받으면 으레 꺼내 드는 레퍼토리가 있다. ‘야당 탄압’, ‘정치 보복’ 주장이다. “검찰이 없는 사실을 조작해 자신을 범죄자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하면서도 그랬다.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이미 무혐의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없는 사건과 죄를 만들고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변호사인 이 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그가 ‘정치 보복’ 구호를 외치는 의도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사법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정치적으로 타개하려는 생각일 것이다. 비리 혐의라는 본질을 흐리고 자신을 억울한 피해자로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자신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반박하기보다 정치적이고 정서에 호소하는 수사(修辭)로 일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지자들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켜 이들을 결집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자신에게 불리하면 피해자인 체하는 행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그는 딸 조민씨가 입시 비리 혐의로 기소되자 “차라리 나를 남산이나 남영동에 끌고 가 고문하라”고 반발했다. 남산은 옛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 남영동은 치안본부 대공분실을 가리킨다.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남산과 남영동에서 고초를 겪은 사람들과 사적인 파렴치 범죄로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자신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한 셈이다. 아직도 진정으로 반성하는 자세는 보이지 않고 자기 가족 입시 비리 수사를 정권의 탄압으로 몰아가려고 한다. 이러니 “위조 잡범이 아주 그냥 열사 나셨다. 감성팔이 하고 있다”(최서원씨 딸 정유라씨)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이 대표는 “1원 한 푼 사익을 취한 것이 없고, 한 점 부끄러움도 없으니 소환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했다. 이 대표가 떳떳하다면 피해자 코스프레를 멈추고 검찰에서 자신의 무고함을 소명하면 된다. 이 대표 혐의가 범죄인지 여부는 정치적 주장이 아니라 증거에 의해 가려져야 마땅하다. 법리에 따라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유무죄는 법정에서 다투는 게 사법 절차다. 조 전 장관도 마찬가지다. 사법에 정치를 개입시켜 진영 대결로 몰아가는 구태를 버릴 때가 됐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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