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역대급 ‘세수 펑크’와 무책임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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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년 전 기획재정부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정부는 2021년 세수 추계에서 본 예산 대비 60조원에 달하는 국세 수입 오차를 냈다.
올해 총수입 목표는 625조7000억원으로 전년(617조8000억원)보다 8조원가량 많지만, 실제 수입은 40조원 가까이 덜 걷혀 '세수 펑크'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수 진도율은 44.6%로, 정부가 예상한 올해 국세 전망치(400조5000억원)의 절반도 걷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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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추계가 과도하게 난 것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며 차제에 근본적인 제도 변화를 수반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세제실 인력 운용, 의사결정 구조, 세수 오차 인식 및 대응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2022년 1월17일·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하지만, 2년 전 초과 세수 사태에 대한 진단과 대책이 잘못됐다는 것이 드러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올해 기재부는 세수 추계에서 또 한 번의 ‘대형 오류’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에는 초과가 아닌 ‘펑크’다. 2년 전 60조원이 넘게 세금이 더 걷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기재부가 최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계 총수입은 전년 대비 38조1000억원 감소했다. 올해 총수입 목표는 625조7000억원으로 전년(617조8000억원)보다 8조원가량 많지만, 실제 수입은 40조원 가까이 덜 걷혀 ‘세수 펑크’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수 진도율은 44.6%로, 정부가 예상한 올해 국세 전망치(400조5000억원)의 절반도 걷히지 않았다.
역대급 세수 펑크에 쓸 돈이 없는 정부는 돈을 꾸러 다니는 신세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한은으로부터 100조8000억원의 차입금을 조달했다. 한은 차입금은 정부가 세금이 걷히기 전 일시적으로 빌려 쓰는 자금으로,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나중에 세금이 들어오면 갚는 식이다.
정부가 100조원이 넘는 한은 차입금을 쓴 것은 전산 통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미 차입금에 대한 이자로 지급한 돈만 1100억원이 넘는다. 쓸 돈이 없어 빚을 내고, 이자까지 지불하는 전형적인 ‘악순환 구조’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세수 재추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9월 초에 발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세수 펑크’ 논란이 연초부터 나온 상황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이다.
적어도 2년 전 초과 세수 사태 때는 사과와 함께 대책이라도 내놨다. 비록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종합부동산세 폭탄으로 인한 민심 폭발에 등 떠밀린 상황이었지만 어찌됐든 책임지는 ‘시늉’이라도 했다.
지금 정부는 어떤가. 들리는 말로는 기자들을 상대로 ‘세수 펑크’를 ‘세수 부족’으로 써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을 뿐이다. 조만간 발표한다는 세수 재추계 때는 단어를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조금 더 나은 대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안용성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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