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안먹는다고 CCTV 보자는 부모들…어린이집 교사들도 ‘민원 포비아’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3. 8. 1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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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보호 대책서 소외된 미취학 영유아 교사들
학부모들 수시로 CCTV 시청 요구하며 민원폭탄
아동학대 고발 시 경찰이 무단으로 떼어가기도
영유아 교사들 “최소한의 보호 수단 마련해줘야”
최근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폐쇄회로(CC)TV를 무작정 확인하겠다는 학부모의 민원에 혼쭐이 났다.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이 아니라 단순히 ‘아이가 이상하다’는게 이유였다. 다른 아이들과 교직원의 얼굴 등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CCTV 열람을 위해서는 보육기관 내 운영위원회의 동의를 받게돼 있는데 학부모는 이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보여달라고 떼를 썼다.

강원미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아이가 집에서 밥을 안 먹거나,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하면 학부모들이 CCTV를 무조건 보여달라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토로했다.

16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초중고 교사들과 달리 보육 과정이 CCTV에 노출된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이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극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초중고등학교 교권 보호 대책 논의가 활발하지만 영유아 교사들은 그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 회장은 “여러 어린이집 원장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CCTV 열람을 하기 위해서는 일부 절차가 필요한데 일단 와서 무작정 보자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며 “최근 일주일 사이 영상을 봐도 뭐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앉아서 한 달, 두 달 영상까지 모두 열어본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학부모가 교사나 원장 등을 아동학대로 고발해 경찰이 수사 목적으로 CCTV를 떼어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익명을 요구한 어린이집 교사는 “이곳은 하루라도 CCTV가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데 경찰이 아동학대로 고발이 들어갔다며 CCTV를 가져가 CCTV를 임대한 적도 있다”며 “가져가는 기간도 경찰 마음이고 임대비용도 부담해주지 않아 저번에는 20만원을 지불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경찰이 영상을 복사하지 않고 가져가는데 이 부분에 대한 임차비용은 어린이집 쪽에서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아동학대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도 한 번 고발당한 보육기관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겪게 된다. 맘카페 등을 통해 보육기관에 대한 부정적 소문이 퍼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1년 경기도 화성 지역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한 학부모가 맘카페에 올린 아동학대 의심글로 어려움을 겪다가 무고함을 호소하며 저수지 인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바 있다.

강 회장은 “화성 어린이집 사례도 자기 아이가 어린이집 가기 싫어한다고 CCTV 열람을 요구하다가 자기 아이도 아닌 다른 아이가 창틀에 올라가 선생님이 아이를 내려주는 영상을 보고 문제 삼아 맘카페에 올린 것”이라며 “본인의 아이가 아동학대를 당한 혐의점이 보이지 않으니 억지 주장을 하다가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막무가내식 CCTV 열람과 이로 인한 아동학대 고발 남발로 인해 교사들이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기도 내 한 어린이집 선생님은 “아이들끼리 싸웠는데 교사에게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판”이라며 “적게는 500만원부터 1000만원 단위까지 가는 게 대다수”라고 전했다. 이어 “거의 무혐의가 나오지만 긴 재판 과정에서 지치기 때문에 이 업계를 떠나는 동료 교사를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남 지역을 제외한 최근 유치원 교사의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코로나 전보다 5배 이상 급증했다. 유치원 교사는 국‧공립 단설 유치원을 제외하고는 교권보호위 설치 의무가 없어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마저 취약하다.

그러면서도 영유아 교사들은 CCTV 설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강 회장은 “기관과 경찰 사이에 전문가가 속한 중재위원회를 설치해 아동학대의 소지를 분명히 해 공식적인 절차를 따르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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