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의총서 일제히 김은경 혁신안 성토…“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당 만들 것이냐”
“총선 1년 전에 이미 다 정해둔 공천룰을 혁신위가 왜 지금 건드리나.” (조응천 의원)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현장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성토의 장을 방불케 했다. 당초 당 지도부는 이날 의총이 정책 등 현안 논의를 위한 자리인 만큼 혁신위 안건은 의제로 올리지 않는다는 방침이었지만, 자유발언이 시작되자마자 비명계 의원들이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권 제한’ 및 ‘현역 의원 공천 페널티 강화’ 등에 대해 반발하고 나선 것. 이들은 사실상의 대의원제 폐지 제안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권리당원에만 휘둘리는 당을 만들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비명계 성토장 된 의총장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여러 논란이 있다 해도 혁신위가 제안한 내용 자체를 무용지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혁신위의 문제의식 자체를 폄하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마자 대의원제 폐지가 방향성이나 시기에서 모두 부적절하다는 비명계 의원들이 지적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날 비명계를 포함해 20여 명의 의원들이 발언에 나서면서 의총은 3시간 넘게 이어졌다.
친문(친문재인) 성향인 홍 의원(4선)은 “대의원제 폐지는 결국 특정 인물을 당 대표로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추후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이 밀어주는 사람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된다는 것. 친이낙연계 윤영찬 의원(초선)도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을 끌어들일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데 대의원제를 축소하는 것이 맞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공개 발언을 자제하던 중립 성향 의원들도 혁신위 제안으로는 중도층 확장이 어렵다는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계파색이 옅은 한 초선 의원은 “총선에서 이기려면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갈 수는 없다”며 “중도 확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혁신위가 현역 의원 페널티 강화 등 공천룰 개정을 꺼내든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비명계인 조 의원(재선)은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하는 게 ‘X판’”이라며 “‘황급한 혁신안으로 분란만 일으켰는데 그걸로 논란을 벌이는 자체가 윤석열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지도부 차원의 책임과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친이낙연계 5선 중진인 설훈 의원은 “모두 사퇴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 현역 페널티 등 놓고 친명 내 이견
반면 친명 성향의 정청래 최고위원(3선)만 혁신안대로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권을 제한할 것을 촉구했다. 정 최고위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요청해 만들어진 혁신위인데, 의원들에게 불리한 혁신안을 냈다고 반대하면 안된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대통령 직선제 1인 1표를 관철시킨 민주당이 왜 전당대회에서 1인 1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한 참석 의원은 “정 최고위원만 ‘집토끼를 지켜야 한다’는 취지로 혁신안 수용을 촉구했고, 나머지 친명계는 침묵했다”며 “강성 친명 의원조차 ‘좀 나중에 논의하자’고 하더라”고 했다. 이 대표도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배경엔 혁신위가 제안한 ‘현역 의원에 대한 총선 페널티 강화’ 및 ‘다선 불출마 권고’ 방침을 두고 친명계 내에서도 선수(選數)와 의정활동 점수에 따라 각자 입장이 갈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친명과 지도부 내에도 5선 사무총장, 3선 최고위원 등 다선 의원이 대거 포진해 있다”며 “이들이 어떻게 다선 의원 퇴진을 말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의정 평가 하위 의원들의 경선 득표 감산율을 높이는 방안 역시 원내 의원들과 원외 인사들간 계산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비명계 의원은 “당장 이 대표도 법안을 거의 못 내고 있지 않느냐. 의정 활동 평가 하위에 누가 해당이 될지 어떻게 알고 섣불리 밀어붙이겠느냐”고 했다.
김은지기자 eunji@donga.com
안규영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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