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현장 80% 감리인원 미달…철근 누락 잡을 ‘눈’ 없었다

심윤지·윤지원 기자 2023. 8. 1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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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체 감리 104곳 법정 기준 920명 필요한데 실제 투입은 566명뿐
최근 논란된 아파트도 포함…관계자 “서류 업무 많아 현장 가기 힘들어”

“하루 종일 서류에 치여 현장에 가볼 틈이 없다.”

20년 이상 건축사무소에서 감리 업무를 해온 A씨는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비롯해 각종 ‘부실 공사’가 반복되는 원인 중 하나로 ‘감리인력 부족’을 꼽았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발주하는 공공공사에서 더 심해진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전문성을 가진 감리인력이 부족한데, LH에서 요구하는 서류도 워낙 많다 보니 현장 업무를 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A씨는 “20동이 넘는 공사를 하면 건축감리만 최소 7~8명은 필요한데, 감리단장이나 공무 인력을 제외하고 실제 현장에 배치되는 인력은 4명도 채 안 되는 경우가 흔하다”며 “업무 강도에 비해 처우가 좋지 않아 전문 인력 양성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LH가 자체 감리한 단지 조성공사 및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10곳 중 8곳은 감리 인원이 법정 기준보다 적게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리는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건설의 전 과정을 아우르며 소비자의 눈으로 공사가 제대로 됐는지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7월 LH가 자체 감리한 공사 현장 104곳 중 85곳(81.7%)은 현장에 배치된 공사 감독 인원이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르면 발주청은 공사의 품질 점검 및 현장 안전 등의 업무를 수행할 공사 감독자를 선임해야 하는데, 공사 감독 적정 인원은 감리 직급에 따라 환산 비율이 다르다.

LH 자체 감리 현장 104곳에 필요한 총인원은 920명이었지만 현장에 투입된 인원은 566명이었다. 의무 인력의 61.6%만 채웠다는 의미다.

시흥장현 A-3BL 아파트 건설공사 12공구의 적정 감독자 배치 인원은 18.90명이었지만, 실제로 배치된 감독자는 4.25명에 불과했다. 필수 인원의 4분의 1도 못 채운 것이다. 남양주별내 A1-1BL 아파트 건설공사 17공구도 22.10명이 배치돼야 하지만 실제는 절반을 조금 넘는 12.90명만 배치됐다.

LH는 지난달 말 자체 발표한 ‘철근 누락’ 아파트 건설현장 15곳 중 5곳에 대해 자체 감리를 맡았는데, 이 중 4곳의 감리 인원이 법정 기준치에 미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서역세권 A3BL은 기준에 따라 감독자가 9.40명 배치돼야 했지만, 7.20명만 배치됐다. 수원당수A-3BL 2공구는 4.94명(배치 기준 8.30명), 광주선운2 A-2BL은 5.26명(8.90명), 양산사송 A-2BL 6공구는 5.28명(9.10명) 배치에 그쳤다.

LH 관계자는 “2019년 7월 건설기준진흥법 개정으로 감독 인원의 현장 배치가 의무화된 이후 발주된 현장에서는 인력 배치 기준을 100% 충족하고 있다”면서 “개정 이전에 발주된 인력 미충족 현장들에 대해서는 외부 감리 전환, 건설기술자 추가 채용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심윤지·윤지원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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