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최악 산불, 강풍에 끊어진 송전선에서 시작됐나
미국 하와이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마우이섬에서 강풍에 끊어진 송전선이 화재를 일으켰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산불 초기 전깃줄에서 불꽃이 튀고 곧이어 불길이 번지는 영상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예고된 강풍에도 송전 차단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전력회사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마우이섬에서 처음 산불이 보고된 쿨라지역 전력 시스템의 결함을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근거가 영상과 데이터를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산불이 처음 보고된 지난 7일 오후 10시47분 쿨라지역 마카와오 마을 조류보호센터의 보안 카메라에 숲속 밝은 섬광이 포착됐다. 이 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제니퍼 프리블은 당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무가 전선에 쓰러진 것 같다”며 “숲이 불타고 있다”고 썼다. 당시 하와이 전역에는 허리케인 ‘도라’의 영향으로 최대 시속 130㎞에 이르는 강풍이 불고 있었다.
같은 시각 미국 전역의 전력망을 모니터링하는 회사인 ‘위스커랩스’의 쿨라지역 센서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위스커랩스 관계자는 당시 이 지역 10개 전력 센서에서 전력망 관련 사고가 포착됐으며, 해당 영상 속 섬광은 전력선에 결함이 생겼을 때 발생하는 ‘아크 섬광(arc flash)’일 가능성이 높다고 WP에 말했다. WP는 “마카와오 화재는 지난주 마우이섬에서 보고된 여러 건의 산불 중 첫 번째 산불이었으며, 해당 영상은 하와이 전력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확인하는 데이터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고 짚었다.
위스커랩스는 산불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서부 라하이나에서도 7일 오후 11시38분부터 8일 오전 5시까지 34건의 전력 시스템 결함이 기록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밥 마셜은 “데이터에 나타난 전력망 결함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여러 산불의 발화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도 주민들의 증언과 영상, 위성사진 등을 인용해 지난 8일 새벽 라하이나 지역에서 강풍에 끊어진 송전선이 건조한 풀밭에 떨어져 불꽃을 일으킨 뒤 곧이어 불길이 번졌다고 보도했다.
송전선이 산불의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며 현지 전력회사인 하와이안 일렉트릭에 대한 주민들의 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이 회사가 강풍과 산불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산불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송전 차단 조치인 ‘공공안전 전력차단’(PSPS)을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아직 산불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며 소송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2018년 85명 희생자를 낸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캠프파이어’ 화재 참사 당시에도 송전선이 산불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전력회사인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이 피해자들에게 135억달러를 지급한 바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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