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전진당 “제2당 총리 후보 지지 안 해”
“군부 등과 연정 추진은 유권자의 뜻을 배반하는 것”
내각 참여 대신 민심 선택…군부 입김 더 커질 듯
총선에서 승리하고도 집권에 실패한 태국 전진당(MFP)이 “유권자의 뜻을 배반할 수 없다”면서 다가올 총리 투표에서 제2당 프아타이당의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왕실모독죄 개정과 징병제 폐지 등의 공약을 끝까지 고수한 대가로 총리직까지 내놓아야 했던 전진당은 차라리 야당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다. 집권을 포기한 대신 뚝심 있게 원칙을 지켰다.
16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차이타왓 뚤라톤 MFP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MFP 의원들은 만장일치로 프아타이당이 추진 중인 연정을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정부 구성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선거를 통한 국민의 뜻을 왜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FP는 프아타이당이 총리 후보로 내세운 스레타 타비신(60)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레타는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경제 회복 염원 등에 힘입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MFP는 지난 5월 총선에서 왕실모독죄 개정, 징병제 폐지 등 개혁적인 공약을 내세워 하원 제1당(151석)에 올랐다. 혁신을 원하는 젊은 세대의 지지와 군부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민심이 바탕이 됐다. 이후 MFP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인 제2당 프아타이당 등 7개 정당과 연정 구성에 합의해 피타 림짜른랏 대표를 의회 총리 선출 투표에 후보로 세웠다.
그러나 피타 대표가 친군부적인 상원의 반대로 1차 투표에서 과반 동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동일 후보를 재지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정으로 2차 투표는 무산됐다. 결국 MFP는 프아타이당 총리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물러났다.
내각 구성의 키를 넘겨받은 프아타이당은 제3당인 품짜이타이당을 포섭했고, 군부 계열에도 손을 내밀었다. 프아타이당은 MFP가 군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합의하에 MFP를 연정에서 제외하면서도 총리 투표에서는 지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MFP는 끝내 프아타이당 및 향후 들어설 내각과 완전히 단절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로써 MFP는 총선을 거쳐 제1당이 되고도 총리를 배출하지 못해 야당이 될 처지에 놓였다.
MFP는 입장문에서 “거의 모든 정당이 집결해 연정을 구성했다. 이는 총선에서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새 내각의 모습이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MFP는 군부와 협력하지 않겠다는 노선을 재확인하며 “프아타이당이 국민을 위한 변화를 가져올 진보적 의제를 추진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프아타이당은 MFP 결정에 대해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151석을 가진 MFP의 지지가 사라지면서 프아타이당은 현 집권 군부 정당인 루엄타이쌍찻당(RTSC)이나 팔랑쁘라차랏당(PPRP)에 좀더 적극적으로 손을 뻗어야 할 수도 있다. 76석을 차지한 두 정당은 공식적으로 프아타이당 연정에 포함돼 있진 않다. 이들이 2014년 탁신 전 총리의 누이 잉락 친나왓 정권을 쿠데타로 전복했던 세력이기 때문에 프아타이당 지지자들도 별로 반기지 않는다고 방콕포스트는 설명했다.
한편 태국 헌법재판소는 이날 “피타 대표 재출마 제한의 위헌성 여부를 심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총리 선출 투표는 앞서 하원의장이 예고한 대로 빠르면 이달 18일이나 22일이 될 수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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