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죽으면 함께 죽어” 4만명이 ‘일 오염수 방류’ 헌소 냈다
제주 해녀 김은아씨 대표 청구…어업인·시민 등 자발적 참여
민변 대리인단 “정부 외교적 조치 안 해…시민 생명권 침해”
제주 해녀 김은아씨는 1년의 절반 이상을 바다에서 물질하며 보낸다. 바닷물이 몸에 닿는 것도, 바닷물을 먹는 것도 그에겐 일상사다.
“해녀들 사이에선 ‘바다가 죽으면 우리가 죽는다’고 말해요. 과연 핵 오염수가 신체에 안전할까요.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인데, 국가는 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방임할까요.”
정부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김씨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해 시민들이 낸 헌법소원에 앞장섰다.
김씨를 대표청구인으로 한 어업인·수산식품업자·일반시민 4만여명, 동해와 후쿠시마 앞바다의 ‘고래들’이 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한 헌법상 의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16일 헌법소원을 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대리인단(민변 대리인단)은 이날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기 위한 외교적 조치 등을 하지 않은 것은 시민들의 생명권·환경권·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대통령 등의 부작위 및 불충분한 공권력 행사를 대상으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민변 대리인단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의 보고서를 전문가를 통해 검토한 결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이 보증되지 않는다”고 했다. 단장을 맡은 김영희 변호사는 “일본 정부는 30년 해양 투기를 전제하지만 폐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플랑크톤 및 미세플라스틱을 통한 방사성 물질의 농축 및 이동은 과학적으로 검토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가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등 분쟁 해결을 위한 조치와 독자적인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의무도 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이로 인해 청구인들의 생명권뿐 아니라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활하고 일할 권리도 침해될 것”이라고 했다.
헌법소원에는 일반 시민, 해외동포, 외국인, 어업종사자, 프리다이버 등 시민 4만25명이 참여했다. 민변의 공개모집을 통해 지난달 4일부터 이달 7일까지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이다.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정부가 가만히 있으니 해녀가 나서고, 어민이 나서고, 시민이 나섰다”며 “4만여명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는 것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해양생태계 대표로는 고래 164개체가 소송에 참여한다. 동해와 후쿠시마 앞바다를 넘나드는 고래 중 기존 연구 등으로 개체 특정이 가능한 남방큰돌고래 110개체, 밍크고래 및 큰돌고래 54개체이다. 이 고래들은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후견인을 맡기로 했다.
이번 헌법소원의 피청구인은 윤석열 대통령 및 주무부처 장관 등 오염수 해양투기와 관련해 각종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국가기관이다. 하주희 민변 사무총장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곧 이뤄질 것이라고 하는데, 이번 헌법소원심판에 모인 시민들의 의사가 전달돼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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