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보다 더 재밌는 박물관이 있다…돈의문 박물관마을 가보니

장주영 여행플러스 인턴기자(lunaj915@naver.com) 2023. 8. 1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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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문 박물관마을 특별한 전통문화 체험
부채, 자개 공예 등 다양한 체험 한 가득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의 모습 / 사진 = 장주영A 여행+ 기자
역대급 더위를 날리기 위해 물가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시원한 물놀이도 좋지만, 수많은 인파를 헤집고 재밌게 놀기란 어려운 일이다. 뻔한 물놀이와 복잡한 인파에 지쳤다면 물놀이보다 재밌다는 이색 박물관마을을 찾아가보면 어떨까.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과 서대문역 한 가운데에 있는 경희궁. 바로 그곳에 ‘박물관마을’이란 요상한 이름을 가진 곳이 있어 관심을 끈다. 바로 돈의문 박물관마을이다. 서울 100년의 이야기를 전시와 공연, 체험 등을 통해 느끼게 하는 시간여행이 있는 곳이다. 모든 체험을 소수 정원으로만 진행해 붐비지 않고,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전통 공예품도 만들고 상큼한 제철 음식도 먹으며 시원하고 쾌적한 박물관마을을 즐기러 함께 떠나보자.

돈의문 박물관 마을의 한옥동 모습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돈의문 박물관마을은 서대문의 옛 명칭인 ‘돈의문’에서 따온 이름으로, 마을 전체를 박물관처럼 구성한 곳이다. 마을엔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한옥 시설과 옛날 드라마처럼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복고풍 공간 등 다양한 체험 시설과 볼거리가 있다.

먼 옛날부터 전해지는 전통문화와, 7080세대를 아울러 ‘뉴트로’를 즐기는 MZ 세대까지. 돈의문 박물관마을은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서울 돈의문 박물관 한옥동의 ‘예술가의 시간’ 체험장으로 가는 길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뉴트로’는 새롭다는 뜻의 ‘뉴(New)’와 복고풍이란 뜻의 ‘레트로(Retro)’를 합친 단어로, 과거의 것이지만 새로운 제품인 것처럼 참신하다는 의미다. 최근 이 뉴트로 열풍이 불며 돈의문 박물관의 체험시설도 전통문화와 레트로 문화를 적극 즐길 수 있도록 새 단장을 했다.

미디어 파사드를 비롯해 여러 체험시설이 있지만, 전통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예술가의 시간’에 주목해보자.

예술가의 시간은 매 달, 매 계절마다 체험 거리를 바꿔 제철 전통음식과 부채, 손난로 등 계절 특색이 강한 공예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이번에도 역시 더위가 무르익는 8월을 맞이해 여름철 즐기기 좋은 체험들로 새롭게 구성했다.

압화로 꾸민 멋진 부채…‘하다’ 공방
하다 공방의 입구에 놓인 보자기 공예와 체험에 쓰이는 천연 한지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말린 이파리와 꽃이 담긴 한지를 사용해 내 마음대로 부채를 꾸밀 수 있는 ‘압화 매화 부채 만들기’ 체험을 하려면 한옥동에서 1번 한옥을 찾아가자.

부채 만들기 체험의 핵심은 이파리와 꽃이 담긴 한지를 찢어서 부채에 붙여 마음대로 꾸미는 것이다. 나뭇잎과 여러 식물을 넣어 만든 수십 장의 한지 중 끌리는 것을 골라 붙이면 된다.

체험 탁자에 놓인 풀과 붓, 컵과 부채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체험을 하는 탁자에는 풀과 붓, 물이 담긴 작은 컵과 부채가 준비돼 있다. 풀은 부채를 꾸밀 때 쓰겠거니 예상이 갔지만, 물컵과 붓은 전혀 예상이 가지 않았다. 알고 보니 한지를 더 쉽게 찢을 수 있도록 종이를 적시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꽃과 풀, 나뭇잎을 넣고 말린 천연 한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위로 오리는 것 보다 손으로 자연스럽게 찢는 것이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최대한 한지 결이 살도록 투박하게 찢어야 오히려 멋이 배가 되니, 깔끔하게 찢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부채 위로 한지를 얹어 꾸민 모습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매화처럼 활짝 핀 창호지 부채 위로 꽃과 나뭇잎이 담긴 한지를 찢어 하나하나 얹어보았다. 너무 알록달록하면 한지의 멋이 살지 않을 것 같아 은은한 색의 이파리와 보랏빛 꽃잎, 두 종류의 재료만 사용했다.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 이리저리 모양과 배치를 바꾸다 보니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단순히 색을 입힌 한지가 아니라 말린 꽃잎과 이파리 같은 연약한 재료가 들어간 탓에 한 번 풀로 붙였다 떼면 재료가 함께 뜯어진다. 풀로 붙여가며 배치하는 것보단 디자인을 정한 후 천천히 붙이는 게 좋다.

부채를 포장하기 위한 보자기와 매듭끈, 포장을 한 모습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부채를 완성하는 것만으로는 끝이 아니다. 부채 밑에 매듭 끈도 달고 윤기가 자르르한 보자기로 예쁘게 포장까지 해야 완성이다. 공방 선생님이 보자기 전문 공예가인 덕에 정성스러운 보자기 매듭법을 배울 수 있다.

보라색과 잘 어울리는 분홍색 매듭 끈과 하늘색 보자기를 골랐다. 선생님이 알려주는 방법을 따라 보자기로 모양도 내고 리본도 묶었다. 보자기는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라는 의미로 매듭을 한 방향으로만 묶는다. 끈 하나만 잡아당기면 부드럽게 풀리기 때문에 간단한 포장이지만 받는 사람에 대한 배려까지 엿볼 수 있다.

한옥을 배경으로 찍은 공예품의 모습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보자기 포장까지 완성하고 나면 한옥 이곳저곳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어보자. 옛날에나 쓰던 고리타분한 포장이라 생각했겠지만 막상 보자기를 싸고 보면 어떤 포장지와 비교해도 세련되고 아름답다.

여름 내내 쓸 수 있는 부채를 직접 꾸미고 예쁜 보자기로 포장까지 할 수 있는 압화 매화 부채 만들기. 돈의문 박물관마을에서 여름맞이 체험을 찾고 있다면 ‘하다’ 공방을 방문해 보길.

쫀득하고 상큼한 ‘세시음식 正’공방
세시음식 체험관의 모습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땀을 뻘뻘 흘리는 여름철, 수분 보충도 하고 재미까지 잡고 싶다면 4번 한옥의 ‘세시 음식 연구소 正’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세시 음식이란 제철 음식을 뜻하는 단어로, 이곳에선 제철에 맞게 매 달 다른 세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8월엔 오미자 청을 탄 물에 수박과 직접 만든 경단까지 넣은 상큼한 화채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우리나라의 전통 여름 간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바로 오미자청에 과일을 넣은 화채와 꿀물에 찹쌀 경단을 넣은 ‘조선시대 버블티’다. 세시 음식 연구소에선 이 두 가지 간식을 합친, ‘찹쌀 경단 오미자 수박화채’를 선보인다.

찹쌀 경단을 직접 반죽하기 위한 도구, 찹쌀 경단을 삶는 모습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찹쌀 경단 오미자 수박화채에 들어가는 경단은 찹쌀과 물을 섞어 반죽하고, 경단 모양을 잡고, 삶는 것까지 모두 직접 만든다. 찹쌀 반죽이 잘 뭉쳐지지 않아 은근히 어렵지만, 반죽을 조물거리는 것이 재미있어 아이들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

반죽이 버석함 없이 부드러워지고 나면 먹기 좋은 크기로 동그랗게 모양을 잡는다. 모양을 낸 경단을 끓는 물에 넣고 1분 정도 기다리다 보면 알맞게 익어 동동 떠오른다. 완성된 경단을 찬물에 담그면 끝이다. 만드는 순서가 굉장히 간단하기 때문에 집에서도 건식 찹쌀가루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틀을 사용해 수박을 찍어낸 모습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다음엔 수박을 틀로 찍어 예쁘게 모양을 낸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숟가락으로 투박하게 퍼낸 것 보다 하트, 동그라미, 꽃 모양 틀로 귀엽게 모양을 찍어낸다.
수박에 오미자물을 붓고 경단을 올린 모습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찍어낸 수박은 그릇에 차곡차곡 담아놓는다. 수박 위로 다섯 가지 맛이 난다는 오미자 청을 희석해 따라 붓고, 경단까지 올리면 완성이다.

간편하지만 시원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오미자 수박화채. 빨간 오미자와 수박이 쨍한 여름과 잘 어울려 인증샷을 찍기도 좋다.

완성된 찹쌀경단 오미자 수박화채 / 사진 = 돈의문 박물관 제공
하지만 아쉽게도 화채를 만든 자리에서 바로 먹지는 못한다. 다음 체험을 기다리는 방문객도 있고,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대신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포장 용기와 일회용 비닐 가방을 주고 야외에서 먹을 수 있도록 일회용 숟가락도 제공한다. 만든 직후 야외에서 햇살을 받으며 먹어도 좋고, 집에 가 얼음까지 넣어 시원하게 먹어도 좋다.

오미자와 수박의 청량함을 느끼고 싶다면 즉석에서, 화채를 먹으며 시원하게 갈증을 풀고 열을 내리고 싶다면 집에서 먹으면 된다. 올여름 이색적인 여름 나기 체험을 찾고 있다면 수분 보충에 재미까지 더한 화채 만들기 체험을 즐겨보자.

‘휘향찬란’공방의 영롱하게 빛나는 자개 공예
돈의문 박물관마을 한옥동의 5번 한옥에서는 오색찬란한 빛깔의 나전을 마음대로 붙여 꾸미는 자개 공예를 체험할 수 있다.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 부부금슬을 상징하는 원앙새 등 과거 선조들이 원하고 소망하는 것을 담은 나전칠기. ‘휘향찬란’ 공방에서는 선조들처럼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나 좋아하는 모양의 자개를 골라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

체험에 필요한 그립톡과 키링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휘향찬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행하기도 했고 워낙 유명한 공방이다 보니 거의 모든 회차가 매진이었다. 인기가 너무 많아 공예를 체험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8월 한 달간 회차를 확대 운영한다.

원래 오전엔 열쇠고리, 오후엔 그립톡으로 제품에 따라 나눠 운영했지만, 이젠 언제든지 꾸미고 싶은 제품을 마음대로 골라 꾸밀 수 있다.

덕분에 어떤 공예품을 만들면 좋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처음엔 그립톡을 골랐지만, 조개 모양 키링이 마음에 들어 결국 키링으로 종류를 바꿨다.

설명에 사용한 나전의 모습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체험은 나전과 자개 공예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전복의 영롱한 부분을 세공해 만든 나전과 그 나전을 붙여 칠하는 나전칠기까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아름다운 공예품을 만들어 낸 선인들이 존경스럽다.
스케치 작업 후 나전을 올린 모습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공예는 아이들도 쉽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간단하다. 여러 종류의 나전 중 마음에 드는 모양을 골라 제품 위에 올려 꾸미기만 하면 된다.

먼저 까만 도화지에 본인이 고른 열쇠고리 모양을 따라 그리고, 그 위에 나전을 올려 스케치 작업을 한다. 토끼, 꽃, 구름, 거북이, 고래, 물고기 등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동식물 모양 나전이 있어 고르기도 쉽지 않다.

색색의 나전 가루를 사용해 촘촘히 장식한 모습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화려하고 영롱하게 꾸미고 싶다면 큰 나전보다는 작은 나전을 촘촘히 올리는 것이 좋다. 담백하고 은은한 멋을 원한다면 큰 나전 한두 개와 색색의 나전 가루로 꾸미길 추천한다.

화려하게 꾸미고 싶어 작은 나전과 나전 가루를 모두 활용해 촘촘히 장식했더니, 보석처럼 영롱한 느낌이 가득하다.

독특한 패턴의 천을 깔고 공예품을 올려 찍는 인증사진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제품을 완성하면 독특한 패턴의 천을 배경으로 인증샷까지 찍을 수 있다. 바로 오색빛깔 나전의 확대한 모습을 출력한 천이다.

넘실거리는 파도처럼 독특한 패턴의 천 위로 영롱한 자개 키링을 올리면 시원한 바다가 따로 없다. 조개 모양 키링을 고른 덕에 해변에서 조개껍데기를 주운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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