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이겨낸 카이세도, 월드컵 스타로
15세 난소암 수술후 복귀
FIFA(국제축구연맹)는 이번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세상을 놀라게 할 10대들’을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했다. 가장 위에 이름을 올린 이는 콜롬비아 신성(新星) 린다 카이세도(18·레알 마드리드). FIFA는 “대단히 빠른 공격수 카이세도를 상대하는 건 무서운 일이다. 그는 ‘여자 네이마르’”라고 소개됐다. 브라질 스타 네이마르 주니오르(31·알힐랄)는 A매치 124경기 77골을 기록했다.
카이세도는 예고대로 기량을 뽐냈다. 측면을 허물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 4~5명과 경합해 이겨내는 등 상대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한국(세계 17위)을 비롯해 H조에 속한 나라들은 카이세도를 마냥 좋게만 기억할 순 없다. 한국은 콜롬비아(25위)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0대2로 패했는데, 추가골을 넣은 선수가 카이세도다. 그는 독일(2위)과 2차전에선 선제골로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카이세도를 앞세운 콜롬비아는 8강에서 잉글랜드(4위)에 1대2로 패했지만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을 거뒀다.
카이세도가 주목받는 건 단순히 어린 나이와 기량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암을 이겨내고 다시 선, 인간 승리의 대명사다. 카이세도는 다섯 살 때 축구를 처음 접했다. 당시 남자들 사이에서 빼어난 기술을 선보였고 인형 같은 장난감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14살이던 2019년 프로 데뷔했고, 그해 파격적으로 성인 대표팀 부름도 받았다. 이듬해, 창창할 것 같던 그의 축구 인생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복부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난소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카이세도는 “수술실에 들어가는 순간,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난소 하나를 제거하고, 6개월 항암치료에 전념했다. 이때 넬슨 아바디아(67) 콜롬비아 대표팀 감독 등이 “해낼 수 있고, 돌아올 것이다”라고 격려했는데, 카이세도는 이게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수술·치료 경과가 좋아 완치 판정을 받았고 그해 말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암을 이긴 카이세도는 더 강해졌다. 그는 작년 U-17(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공동 득점왕(4골)을, 여자 코파 아메리카(남미 선수권)에선 대회 최우수 선수를 차지했다. 콜롬비아는 두 대회 모두 준우승했다.
카이세도는 이번 대회에서도 훈련 도중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세계의 걱정이 답지했는데, 추후 컨디션은 문제없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스트레스와 피로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알려졌다. 어린 나이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카이세도지만, 첫 성인 월드컵 출전은 큰 부담이었던 모양새다. 잉글랜드전 패배로 여정을 마친 카이세도는 “새 역사를 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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