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한국 경제…헤어날 길 안 보인다
반전 기대했던 중국 경제도 침몰
환율 급등…금융·내수 불안 조짐
일본에 성장률 추월당할 ‘위기’
정부는 “하반기 회복” 낙관론만
한국 경제가 갈수록 저속성장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반전의 기회로 봤던 중국 경제까지 침몰하면서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에도 성장률에서 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가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진흙탕 속을 힘겹게 통과하는 머들링스루(Muddling through)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0원 오른 달러당 1336.9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전장 대비 9.1원 오른 1340.0원으로 개장한 뒤 장 초반 1341.0원까지 오르며 연고점(1343.0원)을 위협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장보다 45.23포인트(1.76%) 내린 2525.64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23.39포인트(2.59%) 하락한 878.2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금융시장 불안은 중국 침체 조짐이 직접 영향을 미쳤지만 갈수록 약화되는 한국 경제의 체질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0.9% 성장하며 일본(2.0%)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올해 들어 하락세가 극심해진 수출에서 부진이 좀체 회복될 여지를 보이지 않아 이 추세는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일본에 성장률을 추월당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수정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한국은 종전보다 0.1%포인트 내리고, 일본은 0.1%포인트 올리며 각각 1.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 15일 발표된 일본의 2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올해 성장률은 IMF 전망치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일본은 2분기 수출이 전 분기보다 3.2% 증가하고 상반기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며 소비 확대에도 기여했다.
반면 한국은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실종되면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달 1~10일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9% 줄면서 1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발표된 7월 중국 생산·소비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주요 투자기관들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까지 낮췄다. 지난 5월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6.4%로 내다봤던 J P 모건체이스는 지난 15일 4.8%로 하향조정했다.
중국 경기가 나쁘다 보니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커’의 방한 기대도 꺾이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세계(-2.10%), 현대백화점(-3.95%), 호텔신라(-0.66%) 등 유통 관련 종목들은 모두 하락 마감했다.
내수는 침체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부 인식 안이…다양한 산업정책 펼쳐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업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1년 새 0.38%포인트 오른 1.58%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72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452건)보다 60.2% 급증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로, 민간 경제 전반이 이미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민간 경제가 하반기에는 살아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법인세 인하 등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감세정책의 효과가 조만간 나타난다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투자 활성화를 위한 감세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라며 “여러 기관이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두 배 정도 성장세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정부도 현 경기 흐름 전망에 변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꼭 재정 투입이 아니더라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주체로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이 휘청하는 것은 단순히 경기 자체만의 문제가 아닌 경제구조 변화의 문제”라며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 등을 펼치는 것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 다양한 산업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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