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경력이 억대연봉 불러도 ‘굽신굽신’…사람없어 난리라는 이 업계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2023. 8. 1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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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11만명 필요...공급은 3만명대
전문 인력 양성에만 10년 넘게 걸려
“한 동안 인재 두고 경쟁은 불가피”
단기적으로 외국인 전문 인력 유치 필요
“두달째 공고를 내고 있는데 사람을 못찾고 있어요”

전통 제조업체 얘기가 아니다. 첨단산업의 요람으로 바이오 업계 얘기다. 인력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바이오 인재 모시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자연스레 인재들 몸값이 치솟으면서 일부 대기업을 뺀 상당수 바이오 업체들이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바이오 업계 한 CEO는 16일 “신약 개발을 위해 투자를 받고 현재 석사 이상 인재를 구하는 중”이라며 “3~4년 경력자가 억대 연봉을 요구하고 있어 난감할 지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타트업에선 이 정도 연봉은 감당이 안된다”며 “사람은 모자른데 배출되는 인재는 턱없이 적어 한두해 안에 해결될 것 같지가 않다”고 답답해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2022년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바이오·헬스 산업의 산업기술 부족 인력 부족률은 3.4%로 1234명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4%를 기록한 소프트웨어에 이어 기계,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12대 주력산업 가운데 2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업계에선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바이오헬스 인재양성 방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10만8700여명의 신규 인력이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필요한 것으로 전망됐으나 같은 기간 해당 산업으로 공급되는 신규 인력은 3만4000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가운데 석·박급 고급 인력은 2만6000여명이 필요하지만 5100여명만 신규 진출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석박사 중에서도 특정 분야 의약품을 개발할 정도로 전문성이 있고, 글로벌 기업 임상팀과 일한 경험이 있는 인력이 필수”라며 “이 정도 인재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한국 바이오산업이 단시간에 급성장하다 보니 인력 부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인력 부족 현상은 급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바이오헬스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지나며 평균 급여가 뛰었다. 2019년 7500만원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평균 급여는 2022년 9200만원으로 2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은 6900만원에서 8100만원으로 17% 올랐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6000만원에서 35% 오른 8100만원 등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상장사 평균 급여 상승률이 13%인 것과 비교해 높은 수치이며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25%), 현대자동차(9%), SK하이닉스(14%) 등과 비교해도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석박사급이 다수 포진한 연구진은 더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셀트리온 연구직은 2022년 9327만원으로 2019년 7749만원에서 20% 오르며 셀트리온 전체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석·박사급 인력 중에서 즉시 전력으로 활용 가능한 고급 숙련 인력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헬스 산업 인력 수급 전망<보건복지부>
대기업 뿐만 아니라 일부 중견·중소 바이오 기업도 큰 상승폭의 급여 상승 보였다. 2019년 평균 급여가 4605만원이던 알테오젠은 2022년 1억168만원으로 120% 올랐으며, 레고켐바이오는 같은 기간 6800만원에서 20% 오른 8200만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로 매출이 급상승한 씨젠은 같은 기간 6302만원에서 34% 오른 8500만원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바이오 산업 진출 러쉬가 계속되며 구인난은 심해지는 모양새다. 롯데와 CJ 등이 바이오 업체를 출범시켜며 본격적으로 판에 뛰어든 가운데 많은 대기업들이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바이오텍 관계자는 “업계에 고급 숙련 인력 자체가 적기 때문에 대기업 또는 일부 자금력이 있는 바이오텍 위주로만 고급 숙련 인력 이동이 이뤄진다”며 “높은 급여를 줄 수 없는 많은 기업들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구인난이 이어지면서 바이오 대기업간 인력 빼가기 갈등이 표면화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간 법적 분쟁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전문기술석사과정 등이 마이스터대 운영, 바이오헬스 분야 계약학과 운영 확대 등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지만 업계는 인력난이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전문인력을 유치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체계적인 양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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