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론 수렴 없는 일본과의 군사협력 ‘속도전’ 우려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6일 “회의에서 한·미·일 3국의 방위 훈련 강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제사회는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확장억제와 관련해 한·미·일 사이 별도 협의에 열려 있다”고 했다. 북핵 위협 대응을 명분으로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양적·질적으로 확대하고,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간 과거사 문제 해결에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하는 일본과의 군사협력 수준을 대폭 올리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전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의 미온적인 역사 인식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일본을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 규정했다. 또 “일본이 유엔군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기지는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고 했다. 주일 미군기지가 한국 안보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 것은 역대 대통령 중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한·일 군사협력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정지작업인지 묻게 된다.
대통령실은 앞서 1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 안보협력의 골격이 제시되고,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들이 합의될 거라고 예고했다. 구체적으로 연합훈련 정례화 등 군사협력 강화, 3국 핫라인 구축, 군사 위기 시 협의 의무화, 정상회담 정례화 등이 외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은 3국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정례화·제도화하고, 일종의 안보협력체로 만들고 싶어한다. 군사동맹인 한·미와 미·일이 하나로 묶이면, 한·일 군사협력도 동맹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지는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비한 한·미, 한·미·일 안보협력은 강화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한·일 군사협력의 무한 확대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서 일본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도 승인했다. 윤 대통령의 일방적 양보로 한·일관계는 형식적으로 개선됐지만,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사과나 성찰 대신 틈만 나면 뒤통수를 치고 있다. 과거사 문제를 정의롭게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군사협력 확대로 질주하는 것은 국민의 뜻에도 어긋난다. 동북아 군비 경쟁을 불러올 전범국가 일본의 재무장을 한국이 간접적으로 용인해준 꼴이 될 수도 있다. 한·일 군사협력 제도화는 국민 여론을 수렴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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