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저하저’ 적신호 켜진 경제, 정부 수수방관할 건가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고 있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0원 오른 1336.9원으로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날 외국인의 매도세가 커지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모두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60원 가까이 올랐다. 수출 감소로 경상수지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불안한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그렇잖아도 한국의 기준금리는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 2%포인트 낮다. 각종 경제지표가 최악인데 환율 폭등과 주가 폭락의 악순환이 발생하면 한국 경제는 뿌리째 흔들릴 위험이 있다.
8월 들어서도 수출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달 1~10일 수출은 132억1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3% 줄었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7월에도 적자(12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내 산업생산 회복이 지연되고,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석유화학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중국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25.1% 감소했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6% 늘면서 한국 경제가 2분기 연속 기록한 플러스 성장은 수출보다 수입이 더 감소한 ‘불황형 흑자’에 기인한 것이다. 수출·소비·투자가 다 부진해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져들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낙관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도 기자들에게 “이제 수출도 거의 저점 바닥을 다지고 회복을 위한 기지개 켤 준비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었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물 건너갔고 지금은 되레 ‘차이나 리스크’를 걱정할 판이다.
수출이 어려우면 내수라도 받쳐줘야 하지만 가계는 엄청난 부채 때문에 소비 여력이 없다. 나라 곳간도 비어가고 있다. 부자 감세 정책에 경기 악화까지 겹쳐 국세 수입은 1년 전보다 40조원 가까이 줄었다. 한때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와 곡물가도 최근 다시 급등하고 있다. 버스요금이 오르고 폭염과 태풍으로 밥상물가까지 천정부지로 뛰면서 민생은 최악이다. JP모건 등 8개 주요 해외 투자은행이 예측한 내년도 한국 성장률 평균치는 1.9%다.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경제가 ‘상저하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의 각성이 필요하다. ‘건전 재정’은 중요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재정을 풀어 경기 추락을 막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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