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대 숨진 '헤드록 사건'…이면엔 '노예처럼' 착취당한 흔적

'전화테러 100통' 지시…안 채웠다며 구타
공사장 일 시키고 '하루 만 원' 맨밥에 고추장 끼니

[앵커]

지난달, 28살 남성이 함께 지내던 사람들 손에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힘겨루기로 '헤드록'을 하다 그랬다고 진술했는데, 저희 취재진이 추적해 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었습니다. 숨진 남성은 오랜 기간 폭행에 시달려 왔고, 일용직으로 번 돈도 거의 받지 못하며 노예처럼 지내왔다고 합니다.

조해언, 연지환 두 사회부 기자의 추적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조해언 기자]

119구급차가 들어옵니다.

잠시뒤 한 청년이 실려 나옵니다.

올해 28살 우혁씨입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함께 지내던 김모씨 일행이 신고했습니다.

구급대원에게 "힘겨루기를 하다 헤드록을 걸었다"고 말했습니다.

[우혁 씨 아버지 : (김씨가) 난 진짜 억울하다, 장례식장에 와서도 얘기하는 자체가 전부 다 자기들은 아니다.]

부검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갈비뼈 곳곳이 부러져 폐가 손상됐고 허벅지 근육도 떨어져 나갔습니다.

취재진은 우혁씨의 휴대전화기부터 확인했습니다.

[조해언/기자 : 마지막에 한 사람한테 계속 10통 정도 전화한 건데…]

[연지환/기자 : 숨지기 직전까지 계속 전화를 한 거네?]

병원에 실려가기 3시간 전 우혁씨가 통화를 했던 A씨를 찾아갔습니다.

[A씨 : 말을 안 했어요. 상대방이 우혁이라는 아이가. 녹취도 돼 있어.]

[우혁 씨-A씨 통화 (지난달 8일 새벽) : 여보세요? {하아…} 여보세요? {하아…}]

수사결과 김씨가 전화 100통을 걸라고 시킨 걸로 드러났습니다.

자신과 갈등을 빚던 A씨를 괴롭히기 위해서였습니다.

숨진 그날 밤 100통을 다 채우지 못했다고 우혁씨를 막무가내로 걷어찼습니다.

때린 곳은 김씨가 꾸린 합숙소였습니다.

[이웃주민 :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같던데. 신발 보면 작업화…]

취재진은 김씨와 우혁씨의 관계를 추적해 봤습니다.

[조해언/기자 : (두 사람이)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만나서 최근까지도 일을 했다고 하니까.]

[연지환/기자 : 거기 대리점을 가봐야겠네.]

[연지환 기자]

김씨는 우혁씨를 부하직원으로 데리고 있었습니다.

[상인 A씨 : 호객 아르바이트. 서 가지고 가격 알아보고 가세요. 빠짝 말라있는 거야. 입도 부었는데.]

이전부터 폭행이 있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상인B씨 : 그건 다 아는 얘기예요. 자기가 때렸다고 했으니까. 우혁이가 다리를 절고 다녀.]

[00인력사무소 : 경찰에다가 말을 다 했으니까 전화 끊을게요.]

김씨는 인력사무소에서 일을 받아 우혁씨에게 줬습니다.

일이 끝나면 일당은 김씨가 받고, 푼돈만 줬습니다.

[조해언/기자 : 만원 받고 저녁에, 그리고 1천500원 받고.]

[연지환/기자 : 만원? 만원?]

김씨가 사실상 모든 걸 통제한 겁니다.

김씨는 노골적으로 돈도 달라고 했습니다.

[김모 씨-우혁 씨 통화 (지난 2월 25일) : 너 내 돈은 어떻게 할 거야. {평일날 야간에 나가 있는데, 그쪽에다 제가 가불하는 쪽으로 해갖고.} 가불 요청하는 그런 XXX 소리 하지 말고.]

가족에게 손을 빌려 김씨에게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우혁씨는 맨밥에 고추장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우혁씨가 이사로 올라 있는 회사 법인들이 있었습니다.

[우혁 씨 동생 : (법인은) 사기로 고소가 돼 있는 상태였고요. OO백화점으로 5억이 송금된 내역이 있어요.]

유족들은 우혁씨의 명의가 불법적으로 도용된 건지 수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우혁 씨 아버지 : (눈을) 못 감고 있어. 나도 그렇고 걔도 그렇고…눈을 못 감아, 애가.]

김씨는 현재 우발적으로 우혁씨를 때려 숨지게 했다는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우혁씨가 노예처럼 착취당하다 고의에 의해 살해된 거라며 사건의 전말을 밝혀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상취재 : 공영수·최대환 / 영상그래픽 : 이송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