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필즈상 1주년···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 출범

전하연 작가 2023. 8. 1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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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한국계 최초로 수학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 기억하실 겁니다.


그 이름을 딴 '허준이 수학 난제 연구소'가 최근 문을 열었는데요.


젊은 수학자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앞으로 20년 안에 제 2의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재경 고등과학원 원장 모시고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서현아 앵커

필즈상 수상 소식이 들려왔던 당일에도 저희 뉴스에 출연해주셨는데요.


1년 만에 다시 모시게됐습니다. 


먼저 시청자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최재경 원장 / 고등과학원

안녕하십니까? 고등과학원 원장 최재경입니다.


고등과학원은 서울 홍릉에 소재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입니다.


1996년 당시 정근모 과학기술처 장관이 주도하여 고등과학원을 설립하였는데, 그 설립목적은 한국의 과학기술을 모방의 단계에서 창조의 단계로 진입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고등과학원의 모델이 됐던 것은 프린스턴의 고등연구소였는데, 이 연구소는 아인슈타인, 괴델과 오펜하이머가 재직하였던 곳입니다.


고등과학원 개원 이후 26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한국 과학기술이 창조의 단계에 이미 진입하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고등과학원이 또 한 번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 같은데 이번에 허준희 수학난제연구소가 문을 열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곳입니까?


최재경 원장 / 고등과학원

1년 전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을 수상한 소식은 많은 한국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같은 대업은 한국에서 어떤 형태로든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허준이 교수가 수련하던 우수 연구공간에 필적하는 터전을 마련하여, 후배들이 수많은 난제와의 대련을 꾸준하게 해나가야 하죠.


이러한 터전이 바로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입니다. 


서현아 앵커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을 수상한 직후에 또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하죠.

'즐겁게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할 만한 여유롭고 안정적인 환경을 마련했으면 한다.'

그래서 이번에 '허준이 펠로우십'이 마련되기도 했다고요.


최재경 원장 / 고등과학원

연구역량과 잠재력이 뛰어난 인재를 선발하여 집중적인 지원을 하는 제도가 허준이 펠로우십입니다.


2,30대의 청년수학자에게 5년+5년의 기간 동안 매년 1억2천만원 내외의 인건비와 연구비를 지원합니다.


또한 매년 8개월까지 해외방문연구가 가능합니다.


올해는 우선 3명을 선발하였는데, 매년 3명 내외로 선발하여 장기적으로는 10~15명 수준으로 운영하고자 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청년 수학자들에게는 굉장히 큰 힘이 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최재경 원장 / 고등과학원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의 비전 및 추진전략은 첫째 연구혁신, 둘째 미래 인재 양성, 그리고 셋째는 글로벌 연구 거점화입니다.


먼저 구성원 각자는 자유롭게 수학 난제 연구를 장기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잠재력 있는 중,고등,대학생 영재를 매년 20여명 발굴하여 멘토링 하고 연수 프로그램을 지원할 것입니다.


또한 청년 수학자들에게 연구과제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전세계 수학자들이 참여하고 싶어하는 학술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연구 주제로 1-6개월간 집중 공동연구하는 테마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또 필즈상 수상자들과 전세계 촉망받는 젊은 과학자들이 함께하는 포럼을 운영할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을 수상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수상전과 비교했을 때 그동안 수학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최재경 원장 / 고등과학원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을 받기 반 년 전부터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국제수학연맹이 한국 수학 국가 등급을 최고 등급인 제5그룹으로 승격시켰습니다.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이후에는 많은 한국인들이 수학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졌다고 저는 느낍니다.


또 상당수 학생들은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늘었습니다.


외국 수학자들도 한국의 수학수준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방문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됐고, 한국에서 초청하면 세계적 석학들이 전보다 많이 응합니다. 


그동안 글로벌 수학계에는 알게 모르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었다고 합니다.


좋은 결과를 내더라도 학계에서 인정을 잘 안 해줬죠.


그런데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을 받으면서 우리에게도 '허준이'라는 명품 브랜드가 생긴 겁니다.


이걸 바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없이 우리도 연구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게 된 셈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허준이'라는 명품 브랜드가 생기면서 우리도 연구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게 됐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수학을 연구할 때 환경적인 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최재경 원장 / 고등과학원

수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거의 모든 수학자는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데 가르치는 것과 연구하는 것 둘 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가르치는 것과 행정업무 때문에 연구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수학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연구성과를 거두려면 연구에 전념할 시간이 넉넉하게 있어야 합니다.


고등과학원 같은 연구소를 만든 목적은 연구소 구성원들이 서로 대화하며 연구에 집중할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고등과학원의 모토는 '불가능을 상상하라'입니다.


영어로는 'Imagine the Impossible' 이죠.


같은 맥락에서, 고등과학원이 지향하는 바는 호기심의 천국이고, 창조성의 발상지이며, 상상력의 무대입니다. 


서현아 앵커

원장님께서 예전에 '선행학습이 수학의 즐거움을 잃게 만든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학의 즐거움을 주는 교육'이란 어떤 것일까요? 


최재경 원장 / 고등과학원

치열한 경쟁 속에 우리 모두 시험문제를 빨리 푸는 능력을 최고의 학습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문제를 빨리 풀 수 있었던 덕분에 한국은 선두주자의 뒤를 바짝 추격할 수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영원히 제2주자로 남아있을 겁니다. 선두주자를 추월하자면 문제풀기를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수학문제 풀기를 즐길 수 있을까요? 


200년 전 5차방정식의 해법에 관한 혁신적인 수학이론을 완성한 두 명의 젊은 수학자 아벨과 갈로아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고등학생 시절 유능한 수학교사의 헌신적인 지도를 받고 수학자가 되기로 결심하였다는 점입니다.


고등학생 시절은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때입니다.

수학교사의 수준은 한 나라 수학수준의 지표가 됩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때에 우수한 수학교사의 지도는 평생 학생에게 영향력을 끼칩니다.


바로 이때 수학문제를 빨리 풀기를 가르치기보다 수학의 재미를 느끼게끔 가르쳐야 합니다.


이런 의견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수학이란 현실과는 상관없이도 할 수 있는 과목이라는 사실입니다.


비록 수학문제를 천천히 풀더라도 문제의 핵심을 스스로 찾아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서현아 앵커

수학을 배우고 연구하는 환경이 더 즐겁고 행복해질 수 있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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