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조 카르텔’에는 침묵하는 윤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

기자 2023. 8. 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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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이 바로 ‘카르텔과의 전쟁’이다. 지난달 초 신임 차관들에게 “이권 카르텔과 싸워달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정책을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는가 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이 논란이 되자 사교육을 ‘카르텔’이라며 공격했다. 아파트 부실시공에 대해서도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시민단체 등 대척점에 있다고 판단되는 집단에는 여지없이 ‘카르텔’ 딱지가 붙었다.

이상식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

가장 중요한 국정 메시지를 내는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카르텔 척결’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왜 자꾸 카르텔을 들고나오는 걸까. 카르텔이 특권과 횡포를 상징하므로 이것을 응징하자는 메시지에 사람들이 공감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한 현상을 ‘카르텔’이라는 악으로 단순화시키는 것도 잘못이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약자에게는 강하게 나오면서 정작 ‘거악’에 대해선 침묵한다는 점이다.

며칠 전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구속됐다. ‘대장동 50억 클럽’ 수사에 의지를 보이지 않던 검찰이 특검 추진이 예상되자 마지못해 수사한 지 한참 만이다. 첫 번째 영장은 19억 물증에도 불구하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됐다.

이번 구속수사는 그간의 미진한 검찰수사와 관대한 법원의 태도에 악화된 국민여론을 감안한 측면이 강해 보인다. 아들이 50억원을 수수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1심 무죄 선고는 더 기가 막힌다. 아들에게 50억원이라는 엄청난 거액을 왜 줬겠나. 아버지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걸 삼척동자도 다 알겠건만 법원은 ‘둘은 경제공동체가 아니다’라는 속 뒤집는 판결을 내놨다. 박영수와 곽상도의 상식을 넘어서는 막대한 경제적 이득 그리고 식구였던 이들을 싸고도는 검찰과 법원의 한통속 연합이야말로 카르텔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법조 카르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막강한 카르텔이다. 인신 구속이 가장 큰 권력이기 때문이다.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헌법으로 보장받는 검찰, 인신 구속을 결정할 수 있는 법원, 이 둘 사이를 연결하는 변호사들로 구성된 법조 카르텔이 우리나라 모든 카르텔의 정점에 서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들이 누리는 경제적 이득은 또 어떤가. 50억 클럽 말고도 항간에는 법조 고위직 출신 변호사가 바둑을 두면서 전화 한 통으로 수억원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회자된다.

이참에 50억 클럽과 연관된 법조 카르텔을 제대로 수사하면 세상을 뒤흔든 대장동의 몸통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이 어떤 사건인가. 대통령 선거의 결과까지 바꾸었을 만큼 엄청난 사건이었다. 서로 몸통이라고 주장하면서 국민을 호도했다. 분명한 것은 337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뚜렷한 물증이 나오지 않았는 데 비해 50억 클럽에 대해서는 손을 대기만 하면 비리가 터져 나온다는 사실이다.

곽상도·박영수가 전부일까. 후배 검사들이 벌써 2년 가까운 시간을 벌어줬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는 은폐되고 진실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이걸로 끝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이쯤되면 윤 대통령이 나서서 한 말씀 하셔야 하지 않는가. 입만 열면 카르텔 척결을 외쳤던 윤 대통령이 왜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안 하는지 궁금하다. 자신이 법조의 일원이었기 때문인가. 만만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불호령을 내리면서 자기편이거나 센 사람들이라고 해서 침묵한다면 누가 공정과 상식을 믿겠는가.

이상식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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