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에 줄줄이 서명해놓고…'말 한 마디'로 이첩 보류?

김민관 기자 2023. 8. 1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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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방부 출입하는 김민관 기자와 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우선 저희가 오늘부터 숨진 해병대원의 이름을 부르지 않기로 한 이유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

관련 보도들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건 누구보다 유족들이 원하시는 걸 텐데요.

다만, 아들 이름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힘들단 뜻을 전해주셨습니다.

그 뜻을 존중해서 앞으로는 생전 얼굴도 가리고, '채 상병'으로만 부르기로 했습니다.

[앵커]

수사까지 막혀서 정말 참담한 심정이실 텐데요. 저희가 해병대 수사보고서를 보니까, 국방장관까지 쭉 결제를 밟아서 검토하고 사인한 게 확인되던데, 국방부는 왜 이걸 그저 '중간 결재'라고 했던 건가요?

[기자]

이 문건들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보고한 수사보고서입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가 됐고, 결재도 됐단 건 알려져 있었지만, 이게 '중간결재'였을 뿐이어서 번복한 게 큰 문제는 아니란 게 국방부의 해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실물을 보니 해병대사령관-해군참모총장-국방장관으로 이어지는 지휘선상을 따라 차례차례 보고된 게 확인된 겁니다.

이렇게 지휘계통을 따라 승인을 받았던 수사 결과가 하루만에 갑자기 '보류' 판정을 받은 겁니다.

게다가 보고 당시에는 문서로 차근차근 절차를 밟았던 수사결과를, 보류할 때는 전화나 구두로, 즉 말 한마디로 무효화시킨 겁니다.

여기서 바로 '수사외압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앵커]

이런 일이 군에서는 흔한가요?

[기자]

흔하지 않습니다. 흔하지 않기때문에, 외압의혹이 나오는 겁니다.

[앵커]

국방장관은 군의 최고책임자인데, 국방장관이 사인한 게 다음날 뒤집혔다는 데서 여러 의혹이 나오고 있죠. 그렇게 한 이유를 두고도 국방부는 지금 말이 엇갈리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박정훈 전 수사단장은 "아니다.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혐의 사실을 빼라"는 외압을 받았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래서 이 11쪽 분량 보고서를 확인해 봤습니다.

먼저 분량면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임성근 1사단장의 혐의 사실이었습니다.

하급간부들의 혐의 내용은 '현장 안전 통제 미흡'이란 식으로 간략하게만 실려있었습니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경찰이 이 보고서를 넘겨받아 정식수사에 돌입하면, 가장 먼저 수사선상에 오를 사람, 사단장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그동안 군이 초벌수사를 해서 경찰로 이첩한 군 사망사고 모두 6건인데, 저희가 확인해 보니 혐의 사실을 빼고 넘건 건 이전에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앵커]

그런 면에서도, 이번이 이례적인 거군요. 박정훈 전 수사단장은 이번 일로 항명 혐의로 수사까지 받게 됐는데, 그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군 검찰의 수사는 공정하지 못해, 그대로는 못 받겠다면서, 수사를 감시할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꾸려달라고 요청했고 오늘 그 요청이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이 위원회에는 박 전 단장에게 외압을 행사했던 걸로 지목받는 법무관리관이 참여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법무관리관은 위원회 구성 뿐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도 관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숨진 상병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시작된 거였는데, 일이 이렇게 되면서 유족들의 억울함이 커지고 있습니다. 계속 취재해 주시길 바랍니다.

◆ 관련 기사
'논란의 출발점' 해병대 수사보고서…사령관·참모총장·장관까지 서명
→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40013

◆ 관련 기사
[단독] "초급간부 우려돼 재검토했다"더니…사단장 혐의 '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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