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대변인실, YTN '돌발영상'에 "노무현 지나친 미화"
'돌발영상' 집중 모니터 "지나치게 정부비판적" "경찰 강력비판" "미디어법 맹비난"
YTN·MBN 정부비판 보도 '문제' 지적하며 '앵커멘트 순화' 등 조치
[미디어오늘 금준경, 박서연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청와대 대변인 시절 대변인실이 YTN 보도를 집중 모니터하고 이례적으로 강한 비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 보도에 정부 비판 내용을 빼도록 하고 조치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언론노조 MBC본부와 PD수첩 제작진 관련 뉴스를 '관심 보도'로 분류해 집중적으로 살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제출 받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청와대 재직 당시 소속 부서의 언론보도 모니터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통상적인 언론보도 파악을 넘어 특정 언론에 지나치게 주목하고 정부비판 보도에 영향을 미쳤다.
YTN 돌발영상 이례적으로 집중 모니터
당시 청와대는 YTN에 별도로 일일 모니터 보고서를 작성했다. 특히 YTN 돌발영상에 주목했다. 모니터 보고서에서 지상파 방송사 메인뉴스 톱 리포트나 주요 일간지 1면 보도도 기사 제목 정도만 언급하는 반면 YTN 돌발영상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비판적 시선을 담았다.
일례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2009년 5월29일 돌발영상에 관해 대변인실은 “(YTN의)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보도는 사실 위주이나 시민 인터뷰, 돌발영상, 전문가 전화대담 등이 지나친 미화, 정부비판적”이라고 했다.
이날 돌발영상에 관해 대변인실은 “상록수 배경음악에 1988년 노무현 초선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발언, 검정화면에 흰 자막과 함께 1분 15초 동안 음성 발췌”라고 설명하고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걱정 좀 안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안 보고”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담은 사실까지 구체적으로 썼다.
앞서 2009년 5월27일 돌발영상은 서울광장 폐쇄 논란을 다뤘는데 대변인실은 “경찰 강력 비판 풍자”라고 썼다.
2009년 6월24일 대변인실은 '사이버모욕죄 신설' 논란을 다룬 돌발영상에 관해 “부정적인 신문기사 발췌해 소개”했다며 “'언론장악' 공방 속에 '신설' 된다고 표현” “미디어법 맹비난”이라고 했다.
대변인실은 2009년 8월26일 돌발영상이 신종플루 관련 정부의 거점병원장 간담회를 다뤘다고 설명하며 “불만 제기 발언 위주 영상” “정부, (중략) 구체적 대책 없음을 간접적으로 비판” 등이라고 썼다. 정부에 비판적 내용 위주로 구성했다는 것이다.
돌발영상에 집중된 모니터 문건은 이동관 대변인이 2009년 9월 신설된 홍보수석을 맡은 뒤로는 홍보수석실 명의로 작성됐다.
2009년 11월12일 홍보수석실은 돌발영상 '대가' 편에 관해 “초반부와 후반후에 'G20 정상회의' 관련 발언 삽입시켜 정상회의 개최 대가로 파병한다는 식으로 오도”했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돌발영상에 관해 “변무근 방사청장이 군납비리 사태 파악 못해 국감에서 쩔쩔매는 모습 부각”(2009년 10월9일 홍보수석실) “청문회에서 정운찬 후보자가 '감세'정책 등에 정부와 이견인 점 부각”(2009년 9월22일 홍보수석실), “'中企예산 삭감하며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정부 모순 지적”(2010년 1월18일 홍보수석실), “장관 딸 채용 파문에 대해 '외교부가 가족부냐'며 풍자” (2010년 9월6일 홍보수석실) 등 돌발영상에 주목했다.
앞서 2008년 3월 YTN 돌발영상이 이동관 대변인을 풍자한 '마이너리티 리포트'편 방송 이후 돌발영상은 돌연 온라인에서 삭제돼 이동관 대변인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대변인실이 YTN 돌발영상을 집중 모니터한 것으로 보인다.
YTN·MBN 사실관계 문제 없는 보도에도 '조치'
YTN과 MBN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 문건은 정부 비판적 내용을 '문제 내용'으로 규정하고 '조치' 내역을 함께 보고한 사실도 담았다.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올 경우 홍보라인이 대응할 수 있지만, 보도가 사실임에도 정부비판 수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 점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2010년 4월7일 홍보수석실 명의로 작성한 보도 모니터 문건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YTN은 요미우리신문의 이명박 대통령 독도발언 보도에 손해배상청구가 기각된 소식을 <요미우리 독도 보도 손해배상청구 기각>제목으로 다루며 재판부가 요미우리신문 보도의 진실성 판단은 회피했다고 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에 독도 문제에 관해 기다려 달라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요미우리신문 보도가 나오자, 보도가 사실인지 확인을 위해 일부 시민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를 단순히 전하는 보도지만 홍보수석실은 '문제 내용'이라고 명시했다. 이후 오후 4시에는 <'요미우리 보도'소송 기각…“한일 정부 성명 인정”>으로 대통령이 관련 발언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인정됐다는 내용을 제목에 담았다. 당시 재판부는 한일 정상의 입장을 인용했으나 직접적으로 명백한 오보인지 판단하지는 않았다. 홍보수석실은 오후 4시 보도가 '조치 결과'라고 했다. 보도에 항의를 해 정부 입장이 반영됐다는 의미다.
MBN에 대한 '조치'도 있다. 2009년 9월7일 홍보수석실은 <6명 실종 재해대응 부실> 등 보도에서 “우리 정부의 재해 대응 체제의 총체적 부실” “정부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정부는 책임을 북측에만 떠넘기고 있다”는 앵커멘트를 '문제 내용'으로 지목했다. 이후 '조치 결과'를 보면 “앵커멘트 순화”라고 썼다. 실제 해당 리포트가 다시 방영됐을 땐 정부뿐 아니라 군, 지자체를 함께 애둘러 비판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또한 청와대 직원 성폭행 혐의 입건 문제를 다룬 YTN과 MBN 보도를 '문제 내용'으로 지목하고 조치 결과로 '보도자제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MBN의 다른 보도에는 '사실관계 확인 등 신중보도 요청' '11시 뉴스 앵커멘트 주관 배제'를 조치 내용으로 썼다.
MBC 구성원 동향 '관심-특이보도' 지정해 예의주시
이동관 후보자의 대변인, 홍보수석 재직 시절 작성된 모니터 문건들은 '관심 보도'를 별도로 분류해 보고했는데 MBC 소식을 집중 보고했다. 당시 청와대가 공영방송 구성원 동향을 주시했다는 점을 드러낸다.
2010년 5월13일 홍보수석실은 '관심-특이보도'로 “파업 중단 여부를 놓고 조합원들과 갈등을 겪어오던 MBC 노조의 집행부가 12일 총사퇴했다고 보도” “MBC 노조, 13일 표결을 통해 파업 중단 여부를 결정할 예정” 내용을 다뤘다. 2010년 1월27일 홍보수석실은 관심보도로 'PD수첩 관련,민사소송 모두 기각 판결'을 언급했다.
또한 홍보수석실은 '관심-특이보도'로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김우룡 이사장이 전격 사퇴했다고 주목”(2010년 3월20일 홍보수석실), “MBC사측, 노조집행부 업무방해 혐의 고소”(2010년4월28일 홍보수석실), “MBC가 사내 게시판에 '사장 욕설 글' 올린 오행운 PD의 해고 취소…이근행 노조위원장은 해고 확정”(2010년6월12일 홍보수석실), “MBC,노조원들에 오늘 9시까지 업무복귀 '최후통첩'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 김재철 사장 퇴진단식”(2010년4월27일 홍보수석실) 등 보도를 꼽았다. '확인 및 관심사안'으로 PD수첩 제작진 체포, 지상파 3사 동시파업, PD수첩 작가 이메일 공개 고소 등을 꼽았다.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동관, YTN 방송사고에 “정신적 고통 극심” 3억 원 손배소 제기 - 미디어오늘
- 고민정, 언론장악 문건 부인 이동관에 “국정원 직원이 허위문서 작성했단거냐” - 미디어오늘
- 파행 잼버리 뒷북 비판하던 언론, ‘유종의 미’ 호들갑 - 미디어오늘
- KBS, 헌재에 ‘수신료 분리징수 위헌’ 탄원서 2만3000여 건 제출 - 미디어오늘
- 언론재단 이사장 해임안 부결에 집단퇴장… “민주주의부터 배워라” 반발 - 미디어오늘
- [영상] 설훈 “이게 도대체 무슨 놈의 나라냐, 국가 근본 흔들려” - 미디어오늘
- MB청와대, 민간 미디어연구소 동향 파악 “안티세력 가능성 높아” - 미디어오늘
- 이동관 청문 자료 요청 비협조에 들고 일어난 민주당 “인사청문 무력화” - 미디어오늘
- 이재명 “윤석열 정부 방송장악 음모 국정조사 추진” - 미디어오늘
- 떠나는 ‘그’를 향해 용혜인 “무엇이 두려워 도망가느냐”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