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뛰어들었다”…마우이 주민들은 왜 바다로 몰렸나? [뉴스+]

김희원 2023. 8. 1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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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발생한 산불 참사로 15일(현지시간) 현재까지 106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우이 경찰은 "(화재로 인해 사체가 심하게 불에 타) 신원 확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페네도와 어머니는 바다로 뛰어든 지 11시간이 지나서야 구조됐지만 많은 주민들은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주민들에게 제때 대피령을 내리지 못한 당국은 현재 구호물자 분배조차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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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탈출로 된 해안도로, 늦은 경보에 차량 몰려
옴짝달싹 못한 채 변 당해…잿더미된 마을과 차량들
사망자 200명 넘을 수도…주민들 “정부 뭐하나” 비판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발생한 산불 참사로 15일(현지시간) 현재까지 106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5명뿐이다. 마우이 경찰은 “(화재로 인해 사체가 심하게 불에 타) 신원 확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와이주 당국은 실종자가 많아 사망자가 2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15일(현지시간) 대형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새까맣게 탄 자동차가 방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4일부터 외신들이 공개하고 있는 현장 사진은 지옥을 방불케 한다. 해안가 마을이 완전히 잿더미가 된 가운데, 불을 피해 이동하려던 차량들이 해안가 도로 위에서 한 방향을 향해 줄지어 서 있다. 차량들은 뼈대만 남은 채 전소된 상태다.

사람들은 왜 해안가로 몰렸을까.

◆유일한 탈출로 된 해안도로

라하이나는 앞으로는 바다, 뒤로는 산과 야자수 숲으로 둘러싸인 항구도시다. 섬의 주요 지역은 아니지만 많은 여행객들이 해안가 도로를 드라이빙하며 방문하는 곳이다. 

라하이나가 외부와 통하는 길은 세 개였다. 해안도로인 ‘프론트 스트리트’와 라하이나를 관통하는 고속도로, 그리고 주민들의 청원으로 2013년 건설된 우회로였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화재 당시 도로 두 개가 폐쇄되면서 유일하게 남은 해안도로로 차량이 몰렸고, 정체가 빚어져 제때 빠져나가지 못한 많은 주민이 희생됐다고 지적했다.
15일(현지시간) 조시 그린 하와이주 주지사는 마우이섬 라하이나 마을을 휩쓴 산불로 지금까지 10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불과 4명뿐이다. 사진은 지난 11일 라하이나에서 불에 탄 자동차들 사이를 자전거 타고 지나는 남성. AP연합뉴스
NYT에 따르면 8일 오전 6시37분쯤 송전선 아래에서 시작된 불은 소방대에 의해 2시간여 만에 진압됐다가 곧 다시 번지기 시작했다. 

당국은 오후 3시30분 라하이나와 외부를 연결하는 우회도로를 차단했다. 이후에도 불길이 계속 번져나가자 당국은 곧 라하이나 중심지와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도로마저 통제했다.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도로가 해안도로 하나밖에 남지 않게된 것이다.

◆뒤늦은 경보에 몰린 차량들 도로에 갇혀

이때라도 당국이 대피 경보를 내려 주민들과 관광객을 대피시켰다면 큰 희생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도로 두 곳이 폐쇄되고 불길이 해안가를 향해 빠르게 번지는 상황에서도 대피를 알리는 경보는 없었다. 리조트를 찾은 관광객들도 산불에 대한 정보를 듣지 못했다. 이들은 오후 4시17분에야 처음으로 휴대전화 경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과 애완동물을 지체 없이 대피시키세요. 운전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때부터 공항 방면으로 향하는 길이 정체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상황을 모르고 수영을 즐기러 가는 관광객들도 있었다.

해안도로로 이동해 6시쯤 겨우 탈출에 성공한 50대 남성은 “해안도로는 이미 연기에 갇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스쿠터를 타고 대피한 한 주민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토하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설명했다.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 카운티 소방관이 13일(현지시간) 마우이섬 쿨라의 협곡에서 땅에 물을 뿌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차 버리고 바다로 뛰었다” 구사일생

빠져나가지 못하고 도로에 갇힌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다로 가는 것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황급히 차를 타고 대피하던 아나 캐롤라이나 페네도(42)는 영국 가디언에 ”불이 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자동차에 올랐지만 차량행렬에 갇혀 움직일 수 없게 됐다”면서 “불이 코앞까지 온 것을 본 뒤 어머니와 함께 차를 버리고 해안으로 달렸다”고 말했다. 

바다에는 어린아이들과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쏟아져 내리는 불씨 때문에 머리에 계속 물을 끼얹어야 했다.

페네도와 어머니는 바다로 뛰어든 지 11시간이 지나서야 구조됐지만 많은 주민들은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있는 한 회사에서 '바이드노믹스' 성과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와이 산불과 관련해 "가능한 한 빨리 하와이를 방문하고 싶다”면서 "다만 산불 수습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말해 화재 현장 방문을 서두르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AP뉴시스
주민들에게 제때 대피령을 내리지 못한 당국은 현재 구호물자 분배조차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페네도는 가디언에 “외부나 정부에서 도움이 올 것 같지 않고, 민간 단체나 친구들이 서로 돕고 있을 뿐”이라며 “지금 모두 어디에 있나”라고 비판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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