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이철규 “배에 구멍내면 승선 못해”···총선 공천 앞둔 국민의힘 ‘뒤숭숭’

문광호·조문희·정대연 기자 2023. 8. 1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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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16일 당 의원총회에서 “함께 타고 있는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 못 한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내에서는 ‘승선’이란 표현을 두고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내년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조직·예산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은 총선에서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공천 실무를 총괄한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 이 총장은 “언론에 나가서 당을 비난하는 소리나,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 특히 이 총장은 “사실에 근거를 두지 않고 막연히 동료를 비난하는 정치는 이제 해선 안 된다”며 “우리가 함께 배를 타고 항해를 하는데, 거꾸로 노를 젓는다든가, 배에 구멍을 낸다든가 해서 침몰하게 한다면 그 배에 함께 승선할 수 없는 승객”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어제의 말을 스스로 뒤집고 어제의 나를 부정하는 언행이 반복된다면 스스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그 해악이 당에도 돌아온다”며 “맹목적 비난으로 저주를 퍼붓는 행동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의원들은 윤핵관이면서 당직 상으로도 공천에 직접 관여할 이 총장의 발언에 압박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A 의원은 통화에서 “사회자가 ‘당무감사와 관련해 사무총장이 할 말이 있다’고 하더니 이 총장이 앞으로 나가서 ‘당(론)과 다른 개인적인 얘기를 하지 말라’고 했다”며 “‘승선’이란 말은 노골적으로 공천을 가지고 협박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B 의원은 “사무총장이 얘기하면 (의원들은) 큰 압박감을 느낀다. 딴 사람도 아니고 공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 아니냐”며 “그게 공산당이지 뭐냐”고 말했다. C 의원은 “공천 시즌이고 관련(물갈이) 소문이 있으니 의원들은 용산(대통령실)에서 뭐라 할까 봐 걱정되니 이 총장 앞에서 뭐라고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부친인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빈소가 마련된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반론적인 얘기”라며 “‘언행을 조심하자’ 이런 걸 다 함축한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모든 사람들이 이런 건 다 조심해야 되는 거 아니냐”며 “정치를 하면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해서 고민 없이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최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책임과 총선 수도권 위기론 등과 관련해 당 지도부 입장과는 다른 목소리가 이어졌다. 4선인 윤상현 의원은 지난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통령과 장관만 보이고 우리 당과 당 대표는 안 보인다”며 “(여당이) 대통령실 대변인 수준으로 위상과 존재감이 낮아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 같은 집권당의 현 주소는 당 지도부 책임이 크다”며 “집권당이 대통령실과 정부에 민심을 제대로 전하고 정부 인사와 정책에 대해서도 민심에 기반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한다”고 했다.

3선인 안철수 의원은 지난 9일 KBS 라디오에서 “잼버리는 대한민국 정부가 주최한 것”이라며 “정부 최고 관계자가 사과하고 유감의 뜻을 표하는 게 국제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무부처 장관 해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선인 하태경 의원은 같은 날 CPBC 라디오에서 “(윤석열 정부는) 강경보수들만 대변하는 정부, 이렇게 비치는 경향이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과반이 아니라 지금 숫자보다도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면 5년 내내 식물정권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의총은 8월 임시국회 시작에 맞춰 대야 대응 기조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요 상임위원회 간사들은 의총에서 잼버리 파행 원인 규명과 관련해 파악 중인 내용을 공유했다. 이날 여야가 합의한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와 야당 단독으로 소집을 요구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모두 파행하는 등 임시국회 첫날부터 여야 간 거센 충돌이 벌어졌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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