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버스’ 박진경CP-문상돈PD “‘좀비버스’, 좀비+예능+코미디의 집합체”[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3. 8. 1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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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예능 ‘좀비버스’를 연출한 문상돈PD(왼쪽)와 박진경CP. 사진 넷플릭스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좀비버스’는 과연 리얼리티 예능일까 아니면 코미디극일까.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 많은 팬들의 호불호가 갈린 것도 이 질문에서부터였다.

비교적 상황극과 잘 짜인 극본에 익숙한 한국의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이 자연스럽게 줄거리에 맞춰 장소를 찾아가고, 사람들을 만나는 장면에 큰 걸림돌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좀비가 들끓는 위급상황에서도 우스갯소리를 하는 그들의 이상행동에 재미를 느꼈다.

반대로 예능이라 하면 리얼리티쇼가 대부분인 서구권에서는 이러한 ‘설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세계적인 콘텐츠 리뷰사이트 IMDB에서는 ‘좀비버스’ 초반 평점이 역대급으로 낮았다. 해외반응 역시 “이게 무슨 콘텐츠냐”라는 질문이 대다수였다.

넷플릭스 예능 ‘좀비버스’ 메인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이렇게 취향에 따라, 지역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좀비버스’의 초반 성적은 프로그램에 대해 초반에 “대본이 없다” “출연자들은 정보가 없다”는 등으로 리얼리티를 강조했다가 결과적으로는 프로그램을 하나의 ‘코미디쇼’로 인식해달라는 제작진의 시행착오가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지금까지 많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낯설지만 많은 도전을 해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박진경CP, 문상돈PD의 취향도 있었다. 이들은 ‘마이 리틀텔레비전’ ‘두니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정해진 틀밖의 소재에 자주 도전했던 전력이 있다.

“국내에서는 TOP 10 순위 1위를 찍었어요. 하지만 초반에는 거의 반응이 반반이었죠. 국내로 보면 조금씩 저희의 의도가 설득되고 있다고 여겼어요. 저희 입장에서는 해외에 프로그램을 내놓는 것은 처음이라 그게 궁금했죠. 서구권에서는 ‘이게 뭐냐’는 반응이 많았고, 그나마 한국의 예능이 잘 먹혀들고 있던 동남아권에서는 순위가 좋더라고요.”(박진경CP)

넷플릭스 예능 ‘좀비버스’의 박진경CP. 사진 넷플릭스



‘좀비버스’는 어느 날 대한민국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 도시를 뒤덮고, 생존자로 얼마나 남지 않은 이들로 설정된 출연자들이 과제를 해결하면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예능이다. 노홍철, 박나래, 이시영, 딘딘, 조나단, 파트리샤, 꽈추형(홍성우), 덱스,츠키, 유희관 등의 출연자뿐 아니라 이준혁, 김병만 등 이른바 게임의 지침을 제공하는 NPC(플레이가 불가능한) 캐릭터 등이 어우러지는 활극에 가깝다. 공개 후 프로그램에 쏟아지는 가장 큰 질문은 과연 정말 대본이 없는 진짜냐는 것이었다.

“따로 출연자들에게 역할을 준 것이 없습니다. 이들은 각각 ‘인간 박나래’ ‘인간 딘딘’으로 참여한 거죠. 역할이 명확하지 않으니 자신의 모습이 나옵니다. 진지하게 해야 할 때도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 진짜 리얼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죠. 시청자분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도 거기인 것 같아요. 사람도 죽는데 왜 웃고, 농담할까. 그 부분만 잘 넘어간다면 좀비와 예능, 코미디를 조합한 저희 의도가 전달된 것 같아요.”(문상돈PD)

지금까지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리얼리티를 시험했던 박진경CP는 ‘좀비버스’를 통해 새로운 데이터를 많이 축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말인즉슨, 어떤 부분에서 시청자들이 호감을 느끼고 불호를 느끼고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웃음이 나오는 코드를 알아챌 수 있었다는 점이다. 과거 문자투표로 인물을 살리고 탈락시켰던 MBC ‘두니아’ 당시보다 훨씬 진일보한 데이터였다.

넷플릭스 예능 ‘좀비버스’의 문상돈PD. 사진 넷플릭스



“좀비라는 소재는 결국 리얼리티와는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리얼리티쇼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대본의 유무를 말씀드리면 기본 구성은 있지만, 상황에 출연자들이 뛰어드는 셈입니다. 대사나 연기를 주문하지 않았죠. 그래서 덱스가 츠키를 구하기 위해 줄을 탄다거나, 물에 갑자기 뛰어드는 돌발상황도 생겼습니다.”(박진경CP)

‘좀비버스’는 대본이 없다고 주장하는 만큼 다양한 돌발상황이 나왔다. 조나단은 마트에서 세제에 미끄러져 머리부터 땅에 떨어질 뻔하고, 십자인대를 다친 박나래 역시 좀비들에게 끌려다닌다. 덱스는 영하의 바다에 입수하기도 한다. 제작진은 모든 상황을 고려해 안전장치에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예능 ‘좀비버스’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밧줄의 밑에는 박스로 가려진 안전스펀지가 있었고요. 바다장면에서도 CG(컴퓨터그래픽)로 지웠지만 구조를 위한 배가 있었어요. 피가 튀거나 인육이 나오는 장면 역시 CG고요. 제작진이 정말 안전한지 체크하기 위해 차 위에도 뛰고, 레펠도 타고, 밧줄도 탔죠. 조금 과하게 표현된 부분도 있지만, 좀비연기를 하셨던 많은 연기자분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성과는 나왔다고 생각합니다.”(문상돈PD)

시즌 2를 연상하게 하는 마무리 때문에 두 번째 시즌에 대한 관심도 높다. 연출자들은 하나 같이 “이제 막 첫 시즌을 끝냈기 때문에…”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좀비는 예능의 소재로서 매력적이고, 또 다른 좀비관련 예능의 제작도 어디선가는 이뤄질 거라는 믿음이었다.

넷플릭스 예능 ‘좀비버스’를 연출한 박진경CP(왼쪽)와 문상돈PD. 사진 넷플릭스



“좀비라면 ‘비상사태’라는 설정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확실한 소재죠. 거기에 세계적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물렸다는 설정으로 서로를 의심할 수 있는 심리적 갈등을 부추깁니다. 그래서 예능에서 계속 좀비가 등장하는 것 같아요.”(박진경CP, 문상돈PD)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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