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신고 고민”, “아이가 놀림 받는다” 서이초 교사에 학부모 26명 중 10명 ‘채팅’

2023. 8. 16. 19: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숨진 서이초 교사 유족이 공개한 교사의 생전 모습. [유가족 측 네이버 블로그]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우리 아이가 놀림 받고 있으니 확인해 달라”, “신고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고민 중이다. 학교 폭력에 해당되는 사안인 것 같다”, “14시 이후 통화를 원한다.”

지난달 18일 교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A씨가 올해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메시지다. A씨는 교사-학부모 간 온라인 소통 플랫폼인 하이클래스의 채팅 서비스(하이톡), 문자 등을 통해 소통했다. 학급 안에는 반 학생들에게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이 여러 명 있었고, A씨는 이 과정에서 학부모의 민원을 수시로 받아야 했다. 한 학기 동안 학생 26명 중 10명의 서로 다른 학부모가 A씨에게 민원을 넣었다. 2년차 초임 교사가 학급 내 갈등으로 쏟아지는 학부모 민원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죽음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16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지난 15일 유가족측으로부터 제보 받은 A씨-학부모 하이톡과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 3월 6일부터 7월 14일까지 130일의 기록이다. 학급 내 26명 학생 중 10명의 서로 다른 학부모가 A씨와 소통했고, 사망 직전 발생한 학급 내 다툼에 관해서는 수업 중에도 학부모와 소통해야 했다고 서울교사노조는 전했다.

서울교사노조는 “고인은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학생을 지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학부모들은 이 학생들 때문에 자녀가 학교 생활을 힘들어 한다고 호소했다”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학부모의 민원으로 고인(A씨)의 심적 고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수업과 생활 지도에 최선을 다한 고인에게 더해진 수많은 요구가 고인을 지치게 했다. ‘사회적 타살’”이라고 강조했다.

A씨가 사망 직전인 17일 교사-학부모 소통 온라인 플랫폼에 남긴 게시글. [서울교사노조 제공]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의 학급에는 총 4명의 학생이 문제를 일으켰다. 동료 교사 증언, A씨와 학교 관리자 간 면담에 수차례 등장하는 학생들이다. 교육부는 ▷학급에서 화를 내고 막말을 해 교감 선생님이 심리 검사를 권유한 B학생 ▷수차례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부린 C학생 ▷‘연필 사건’ 당사자인 D학생, E학생에 관한 증언이 있다고 전했다. 연필 사건은 고인 사망 직전인 12일 발생한 사건으로 D학생이 E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일이다.

A씨가 학부모와 나눈 하이톡 내용에서도 이같은 정황이 보인다. A씨는 여러 학부모로부터 “우리 아이가 놀림 받고 있으니 확인해 달라”는 하이톡을 받았다. 이 중 한 학부모는 “신고까지 하고 싶지 않지만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아 고민 중에 있다. 서로 어울려 노는 것도 아닌데 지속적으로 와서 만지고 듣기 싫은 말을 하는건 엄밀히 학교 폭력에 해당되는 사안인 것 같다. 상대방 어머니가 이 일에 대해 알고 훈육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을 보내기도 했다. A씨는 학부모의 민원에 “제가 전화 드리겠다”, “제가 미쳐 살피지 못했다”, “송구스럽다”는 답장을 반복해야 했다.

‘연필 사건’ 관련해 A씨는 하이톡은 물론 개인 휴대전화 통화, 문자도 받았다. 7월 12일 오전 사건 발생 이후 ▷12일 오후 피해자 학부모 A씨 휴대전화로 통화, 문자 ▷12일 오후 9시 가해자 학부모 A씨 휴대전화로 장문 문자 ▷13일 가해 학생 학부모 수업 중 수차례 하이톡, 학교 전화를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13일 가해 학생 학부모가 A씨를 통해 피해 학생 학부모에 “조금 마음이 편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말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피해학생 학부모는 불쾌감을 표하며 13일 오후 2시 피해·가해 학생과 학부모 양측 만남을 요청했다. 이날은 A씨가 본인의 모친에게 “엄마ㅠㅠ 너무 힘들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날이다.

서울교사노조는 “A씨는 학년 초인 3월 2일 학부모 편지, (사망 직전인) 7월 17일 하이스쿨 알림장에서도 ‘학교 전화나 하이톡을 이용해달라’고 했을만큼 개인 번호 노출을 원하지 않았다”며 “경찰의 수사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경찰은 조사 결과 A씨 개인 번호로 학부모가 전화를 건 기록은 없으며 A씨가 전화를 먼저 건 적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