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노인들 ‘디지털 문맹’ 탈출…영화표 나홀로 척척 발권 [현장, 그곳&]
인천고령센터 ‘키오스크 교육’ 덕에 기계 앞에만 서면 위축됐었던 과거와 결별
교육생 ‘자신감 UP’… 일상의 불편 ‘굿바이’
“무인 단말기(키오스크)를 만나면 덜컥 겁부터 났는데, 이제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16일 오후 1시께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류수자씨(81)가 매표 키오스크 앞에 서서 ‘영화 예매’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자신감이 넘치는 손짓으로 화면에 가득 나타난 영화 전단 중 1개를 누른다. 이어 나타난 좌석 선택 화면에서는 멈칫 한다. 류씨는 이날 5번의 이론 및 실기 교육을 한 뒤 현장 실습에 나섰다.
류씨는 지난 3월 고향인 충청 지역을 방문했다가 버스터미널 매표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이나 애를 먹었다. 창구가 닫혀 있어서 키오스크를 이용해 인천행 버스표를 발권해야 했다. 류씨는 “창피해서 누구한테 도와 달라고 말도 못했다”며 “옆 사람 눈치를 보면서 더듬더듬 티켓을 샀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했다.
이날 함께 참여한 홍순애씨(84)도 마찬가지다. 홍씨는 종종 키오스크 화면의 용어와 기계를 다루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일일이 사진을 찍어 며느리에게 연락해야만 했다. 홍씨는 “키오스크를 만나면 덜컥 겁부터 나서, 내 자신이 너무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커피 1잔 주문도 못하는 사람인 것 같아서 주눅도 들고, 외출도 하기 싫었다”고 했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인천사서원)이 인천지역 최초로 미추홀노인복지관, 신한은행 인천기관본부 등과 함께 어르신들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키오스크 교육을 추진한다.
16일 인천사서원에 따르면 산하 인천시고령사회대응센터는 지난달부터 어르신들의 디지털 격차 완화를 위해 어르신 23명을 대상으로 6회에 걸쳐 키오스크 교육을 하고 있다. 인천사서원은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이 일상으로 자리잡은 만큼, 어르신들이 이를 다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어 영화관은 물론이고 카페와 은행 등 다양한 키오스크 활용 실습을 한다.
또 인천사서원은 키오스크 이용 방법을 영상으로 제작해 지역의 복지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앞서 인천사서원이 분석한 ‘인천시 노인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 및 지원방안’에 따르면 지역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주문을 할 때 ‘불편하다’는 응답이 79.9%를 차지했고, 보통(12.5%), 편리(7.6%) 순으로 나타났다.
유요한 인천시고령사회대응센터 과장은 “어르신들이 직접 키오스크를 경험하면서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이 앞으로도 자신감을 가지고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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