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복의 백세시대 음식보감] 피를 맑게 해주는 건강식품 우엉
우엉은 독특한 맛을 지닌 채소다. 쌉쌀한 맛을 지녔지만 차츰 단맛이 느껴지기도 하고, 단단한 우엉 조직의 씹히는 촉감 또한 여느 반찬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화려한 색을 띠거나 향기롭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개성을 지닌 채소라 할 수 있다.
아삭 아삭 씹는 맛과 함께 뿌리 채 먹는 뿌리 음식인 우엉을 먹는 나라는 그리 많지가 않다. 동양권에서는 일본인들이 즐겨 먹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건강을 위해 많이들 먹는다. 중국은 주로 차로 복용한다. 우엉은 국화과의 두해살이풀로 잎은 계란 또는 심장 모양이고 높이 50∼150㎝까지 자란다. 꽃은 7∼8월에 피는데 진한 자줏빛의 작은 꽃술들이 모여 왕관 모양을 이루고 있다. 꽃이 성숙하면 꽃대가 가시로 변하면서 동물이나 사람의 몸에 묻어 사방으로 흩어지게 된다. 주로 씨나 뿌리를 약용으로 하는데 뿌리는 길면서 살이 통통하다.
한방에서는 우방자(牛蒡子)나 서점자(鼠粘子), 악실(惡實), 대력자(大力子)라 하여 씨만을 약용으로 사용했다. 원래 우엉 씨는 별칭이 대력자라 하여 정력이 강해지는 야채로 알려져 있다. 16세기 중국 명나라 때 이시진(李時珍)이 펴낸 약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우엉은 맛은 쓰고 성질은 차가우며 독은 없다. 우엉뿌리는 한 번 쪄서 말려서 사용해야 하며, 아주 큰 것도 있어서 나물로 해서 먹으면 건강에 아주 좋다'라고 기록돼있다.
조선 고종 때 혜암(惠庵) 황도연(黃度淵) 선생이 지은 방약합편(方藥合編)에는 '우엉의 씨는 맛이 쓰고 성이 온하며 술로 쪄서 쓴다. 뿌리와 잎은 장창과 금창에 쓰고, 소금을 넣어 모든 종창에 붙인다'라고 적혀 있다. 우엉 씨는 찬 성질과 매운 맛을 지니고, 일정한 소염작용이 있어 여드름이나 인후염, 편도선염 같은 염증성 질환에 많이 이용해 왔다. 단, 우엉 씨는 피막이 강한 편이므로 음식에 넣을 때는 살짝 분쇄한 다음에 달여 먹는 것이 약용성분의 용출에 도움이 된다.
우엉은 성질이 차고 맛은 쓰다. 몸의 열을 내려주며 체내의 독소를 배출하여 피를 맑게 해주는 건강식품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엉은 10대 항암식품의 하나로서, 우수한 항암작용과 세포의 돌연변이를 예방하는 작용이 있음이 확인 되었다. 우엉은 섬유질인 식이섬유가 풍부히 함유되어 장벽을 자극하여 만성변비에 효과적이고 장내에 유익한 세균이 서식하는데 도움을 주므로 대장암의 예방에 좋은 식품이다.
최근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흡연 음주 스트레스 유전적 요소가 암을 일으키는 주요한 요소지만 음식도 주의해야 한다. 되도록 인스턴트 음식을 피하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산 재료로 직접 요리해서 먹는다면 그 위험성은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우엉은 조림이나 우엉김치로 많이 만들어 먹는데, 우엉구이나 찜으로도 요리한다. 조리 시 우엉은 산화되기 쉬우므로 식초 물에 데쳐서 조리하게 되면 색깔이 검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탄닌 성분으로 인한 떫은맛도 제거할 수 있다. 한 가지 결점이라면 우엉은 쫌 딱딱하고 질기다는 것인데, 야채수프로 조리하는 방법도 있다.
우엉 역시 묵직한 것이 좋은데, 크기에 비해서 가벼운 것은 바람이 든 것이 많으며, 너무 큰 것은 섬유질이 거칠어 먹기에 적합하지 않다. 우엉은 세포의 노화를 방지하는 뛰어난 항산화 작용을 나타냈다고 하니 옛 의사들의 식견이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현대를 화(火)의 시대로 규정하는 학자도 있다. 산업화로 인해 스트레스가 증가한 탓이다. 이때 성질이 찬 우엉이 화의 기운을 내리는 중요한 식품으로 권장할 만하다. 더구나 우엉은 재배과정에서 별다른 농약을 치는 일이 거의 없는 자연식품의 하나이므로 인스턴트 음식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식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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