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억제’ 회담 의제 아니라지만… 장기적 안보협의체 ‘포석’

이현미 2023. 8. 1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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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블룸버그 인터뷰 발언 분석
한·미핵협의그룹 확장 가능성 언급
尹, ‘협의체 구성 주도’ 의중 엿보여
대통령실 “의제 미포함” 즉각 해명
‘상대국이 원하면’ 전제 조건 강조
핵에 민감 日정부 입장 고려한 듯

대통령실은 오는 18일 한·미·일 정상회의 의제에 3국 간 확장억제 관련 협의체 논의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의 확장 가능성을 계속 언급하는 데는 장기적으로 지역 내 안보협의체 구성을 주도하려는 의중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일이 이번 ‘캠프데이비드 회담’을 통해 3국 간 안보 공조의 기본 틀을 만들고,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공유, 사이버, 인공지능(AI) 안보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종래에는 별도의 확장억제 관련 논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3국은 기술과 방위 분야와 관련한 이니셔티브(initiative·계획 또는 구상)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왼쪽부터)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16일 보도된 블룸버그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확장억제 관련 한·미·일 간 별도의 협의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공지를 내고 해당 사안은 현재 3국 간에 논의되고 있지 않고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의제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 선언’을 채택하고 한·미 간 확장억제 관련 협의체인 NCG 설립을 선언했다. 한·미가 미 핵전력을 공동기획, 공동실행 하는 별도의 채널을 만든 것으로, 기존의 ‘미국 총괄 기획, 한국 단순 참여’ 형식을 깨고 한국의 발언권을 높인 파격적인 조치로 평가됐다. 미·일도 국장급의 확장억제대화(EDD)가 있지만 NCG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의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수차례 NCG 채널의 확장성과 일본의 참여에 열려 있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당장 의제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 데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 발언에는 ‘상대국이 원하면’이라는 전제 조건이 깔려 있다며 “(아직) 일본 정부가 NCG 참여를 희망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본은 피폭국으로서 핵에 대한 국민 여론이 민감하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비핵 원칙을 표명해왔다”며 “일본 정부가 확장억제 강화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미·일 협력의 핵심인 한·일 관계 발전 여부에 따라 3국 간 군사안보 협력 수준도 달라질 수 있다. 당장 NCG의 확장 형태가 아니더라도 한·미·일을 중심으로 한 역내 안보협의체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한·미, 미·일은 각각 양자 군사동맹 관계를 맺고 있으나 지금까지 한·일 사이의 과거사 갈등이 한·미·일 3국의 긴밀한 안보 공조에 한계로 작용해왔다.
동해서 연합 방어훈련했던 한·미·일 올해 4월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3국 연합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아래부터 한국 율곡이이함, 미국 벤폴드함, 일본 아타고함.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미·일은 3국 간 협력이 후퇴하는 걸 막기 위해 18일 정상회의를 통해 안보 공조의 기본 틀을 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3국 정상이 지역적 책임에 대한 상호 이해에 뜻을 같이하고, 위기시 가동할 3국 핫라인 구축 등에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당국자는 “(한·미·일) 3자 간 (방위조약이나 협정 같은) 온전한 안보 프레임워크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일 것”이라면서도 “각국이 지역 안보에 대한 책임을 이해하고, (정책 등의) 조율과 탄도미사일 방어, 기술 등 새로운 영역에서 (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은 매우 실질적인 일로 여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3자 또는 한·일 양자 군사동맹을 당장 구축하긴 쉽지 않은 현 상황에서 합의 가능한 3국 안보 공조의 기본 틀을 이번 캠프데이비드 회담에서 만든다는 것이 로이터 보도의 취지로 풀이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NCG는 매우 높은 수준의 작전 계획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동맹관계여야만 가능하다”며 “윤 대통령의 (별도의 협의에 대한) 언급도 이를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미·이지안·홍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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