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이 평화를 위한 힘? 안보 딜레마 초래할 것
[왜냐면] 이정현·강나영 | 인천국제고 2학년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은 외교부·국방부 새해 업무보고 머리발언에서 “상대방 선의에 의한 평화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가짜 평화”라며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언급한 ‘자체 핵 무장’을 미뤄 볼 때 강력한 자위권이란 핵무기에 의한 방어력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힘에 의한 평화”가 정말 가능한 것일까. 그렇게 유지되는 걸 평화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
지속하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시험 발사에 남북 관계는 연일 악화하고 있다. 밖에서는 러시아가 미국과의 핵 군축 조약인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핵이 있어야 안전하다는 인식, ‘공포에 의한 균형’이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는 인식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핵이 기본적으로 공격용 무기가 아니며 방어용 무기라는 생각에서 비롯한다. 핵이 적의 선제공격 의지를 단념시키는 용도로써 전쟁 없는 평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상적 상태의 이면도 볼 줄 알아야 한다.
핵이 방어용 무기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이를 옹호하는 논리는 핵무기의 개발을 더욱 촉진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유럽연합(EU)의 제재에도 핵 개발을 지속하는 이란, 미국에 우라늄 농축 허용을 요구하는 사우디 등의 행보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북한 외에 시리아, 아르헨티나, 대만, 일본, 한국 등이 핵무기 개발 능력을 갖춘 국가로 분류된다. 핵은 지구 상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 가운데 하나다.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서의 핵이 도리어 ‘나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핵 옹호 논리에서 핵전쟁의 가능성을 낮잡아 보는 근거 가운데 하나가 핵보유국이 참전한 전쟁 가운데 이제까지 핵이 사용된 사례는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 폭탄이 전부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국제 정세는 미국이 유일한 핵 보유국이었던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했다. 새로운 강자로 중국이 부상했고, 여러 나라가 핵무기 개발·보유 의지를 가지면서 국제사회를 안보 위협에 노출시키고 있다. 핵은 그 존재만으로 핵전쟁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시대적 격차와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로 미래를 단언하는 것은 위험하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선택지만 남을 때까지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 따라서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주장에 우리는 기댈 수 없다.
또한 핵무기를 개발·유지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안보 딜레마를 초래한다. 안보 딜레마란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한 군사력 증강에 다른 나라가 위협을 느끼고 자신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최종적으로 모두가 안보 불안을 느끼는 상황을 말한다. 즉 핵무기의 개발을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핵무기 보유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극심한 안보 딜레마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독자 핵무장론에 따라 한국이 핵 개발에 착수하는 상황을 예로 든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미국의 제재는 차치하더라도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견제는 불가피하며 동북아시아의 안보가 최악으로 치달은 위협 아래 우리는 놓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누군가는 당장 우리의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진정한 평화를 말하는 게 뜬구름 잡는 이야기이며 실현 가능성 없는 무의미한 논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평화에 대한 검토를 늦출 수 없음을 우리는 최근 전쟁에서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힘에 의한 평화, 힘에 의해 더 큰 힘의 필요를 부르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 물리적 충돌 없는 상태에서 나아가 보이지 않는 긴장감과 전쟁 가능성을 해소하려는 평화만이 진정한 평화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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