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 법적 책임은?" "공무직이 욕받이냐"...민원대응팀에 우려 봇물

홍인택 2023. 8. 1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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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민원을 누가 처리하느냐가 교육 현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교육부가 교사의 부담 경감을 위해 교장 직속 '민원대응팀'을 꾸리기로 하자 교감, 행정실장과 함께 해당 팀에 속하게 될 교육공무직들은 "비정규직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교사노조연맹은 이날 "교장은 학교 운영의 총괄책임자로서 학부모의 교육민원을 처리할 책무가 있지만 지금까지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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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부담 경감 '1차 민원 창구' 폭탄 돌리기
공무직 "처리 못하는 민원 받아야 하나"
교사들 "학교장 책무에 민원 처리 명시해야"
교장들 "현재도 대부분 민원 처리한다"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이 지난 12일 서울 종각 일대에서 학교 민원창구 일원화 및 악성 민원인 방지 대책 마련, 교사의 생활지도권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학부모 민원을 누가 처리하느냐가 교육 현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교육부가 교사의 부담 경감을 위해 교장 직속 '민원대응팀'을 꾸리기로 하자 교감, 행정실장과 함께 해당 팀에 속하게 될 교육공무직들은 "비정규직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교사 단체는 "학교장 책임을 명시하지 않으면 다시 교사에게 넘어올 것"이라 우려하고 교장 단체는 "악성 민원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이라 논란만 고조되고 있다.

16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갑질 횡포"라며 민원대응팀 신설을 비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교무행정지원사로 근무하는 임영경씨는 "본인 자녀가 벌점을 받으면 '우리 아이가 그렇게 학교 생활을 못 하냐'는 등 학교로 오는 모든 민원 전화를 지금도 공무직이 받고 있다"며 "우리는 사람도 아니냐"고 따졌다.

교육부의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에 포함된 민원시스템 개편안. 교육부 제공

학교 비정규직들은 교무실과 행정실에서 근무하거나 방과후 강사, 돌봄전담사 등을 맡고 있다. 이들은 교사보다 처우와 보호체계가 열악하고 권한도 적은데 민원까지 책임질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곽소연 학교비정규직노조 교무분과장은 "교사는 교원치유지원센터라도 있지만 교육공무직은 고통을 호소할 곳조차 없다"고 했다. 박성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교감, 행정실장 등 관리자는 지시만 할 거고 기존 민원 외 교수학습 과정의 민원까지 교육공무직이 받게 될 테지만 애초에 교실에서 어떤 일이 생겼는지를 몰라 응대할 수도 없다"고 했다.

교사들은 민원대응팀이 신설돼도 교장·교감이 교사에게 민원을 떠넘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에 매뉴얼이 아니라 법률에 학교장의 민원 대응 책임 명시를 요구하고 있다. 교사노조연맹은 이날 "교장은 학교 운영의 총괄책임자로서 학부모의 교육민원을 처리할 책무가 있지만 지금까지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중요한 것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민원 처리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같은 주장을 폈다.

민원대응팀 신설이 성에 차지 않는 건 교장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초등교장협의회는 "지금도 대부분의 민원은 교장, 교감이 처리하고 있다"며 "(민원대응팀 구성은) 악성 민원 차단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악성 민원은 교육청 등 상급기관이 해결하고 다른 민원을 민원대응팀이 처리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취지다.

민원대응팀을 둘러싼 '폭탄 돌리기'를 조율할 책임은 정책 시안을 짠 교육부로 향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무직 노조 등과 만나 의견을 들을 예정이고 대안이 있는지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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