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번째 멀티히트’ 김하성 진가는 1회에 나온다… 리드오프 MVP급, SD 올해의 발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야구에서 선취점의 중요성은 누차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경기를 리드하느냐, 끌려가느냐는 선수들의 심리는 물론 전체적인 경기 운영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리드할 때 나오는 필승조와, 열세일 때 나오는 추격조 투수들의 수준이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1회 득점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다. 아무리 에이스급 투수라고 해도 몸이 덜 풀리고 감각이 완전치 않은 1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타순도 영향이 있다. 보통 팀들은 팀 내 최고 타자들을 상위 타선에 몰아넣는다. 자연히 상대 선발 투수로서는 1회 상대 팀 최고 타자들을 줄줄이 상대하기 마련이다. 1회 득점 확률이 다른 이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다.
샌디에이고도 마찬가지다. 타순은 경기마다 약간의 변동이 있지만, 팀의 최고 타자들을 1~5번에 몰아넣는 전략을 쓴다. 김하성,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후안 소토, 매니 마차도, 잰더 보가츠가 그 주인공이다. 그중에서도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7월 이후 김하성을 리드오프로 고정하고 있다. 리드오프의 덕목인 출루와 주루에서 현시점 팀 내 최고 타자이기 때문이다.
김하성이 1회 안타나 볼넷으로 포문을 열면, 그 뒤를 받치는 타자들의 결과에 따라 빅이닝으로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록 팀이 역전패하기는 했지만 14일(한국시간) 애리조나전이 그랬다. 1회 김하성이 장쾌한 2루타로 출루하자 타티스 주니어가 바로 적시타로 뒤를 받쳐 1회 3득점의 발판을 놨다.
16일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 열린 볼티모어와 경기에서도 같은 득점 루트가 나왔다. 역시 리드오프인 김하성이 1회 장타를 치며 공격의 포문을 열었고, 장타력이 좋은 후속 타자들의 방망이가 폭발하면서 1회부터 5점을 뽑고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이날 봍티모어와 경기에 선발 1번 2루수로 출전한 김하성은 1회 시작부터 2루타를 터뜨리며 단번에 득점권에 나갔다. 볼티모어 선발 잭 플래허티의 5구째 낮은 커브를 감각적으로 받아쳐 2루타를 날렸다. 김하성의 낮은 공 대처가 절정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하성이 나가자 동료들이 화답했다. 타티스 주니어가 땅볼로 물러났고, 소토가 좌익수 뜬공에 그쳐 2사 2루가 되며 소득 없이 이닝이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마차도가 6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불씨를 살렸고, 보가츠 역시 플래허티의 바깥쪽 승부를 이겨내며 역시 볼넷으로 베이스를 꽉 채웠다. 여기서 크로넨워스도 볼넷을 골라 밀어내기로 김하성이 홈을 밟았다.
샌디에이고 타자들의 대단한 집중력이었다. 결국 흔들리던 플래허티를 산체스가 만루포로 두들기며 1회부터 5-0으로 앞서 나갈 수 있었다. 경기 초반이기는 하지만 볼티모어로서는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점수차였고, 반대로 샌디에이고는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샌디에이고는 5-0으로 앞선 2회 타티스 주니어의 2루타, 소토의 볼넷, 마차도의 2타점 2루타로 2점을 더 보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샌디에이고 자랑하는 슈퍼스타 라인업이 빛을 발했다.
김하성은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맞이한 세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터뜨리며 일찌감치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8월 들어서만 6번째 멀티히트 경기로 시즌 타율을 종전 0.283에서 0.285로 다시 끌어올렸다. 김하성은 8월 13경기 중 11경기에서 안타를 때렸다. 출루를 못한 경기도 두 경기에 불과하다.
1회 성적을 보면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리드오프로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김하성은 올해 1회에 총 54경기에 나갔다. 1회에 타율 0.318, 출루율 0.444, 장타율 0.636, OPS(출루율+장타율) 1.080을 기록 중이다. 어마어마한 성적이다.
김하성의 1회 출루율은 메이저리그 전체 2위다. 1위는 올해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유력 후보인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로 무려 0.484다. 다만 장타율 자체는 아쿠냐 주니어와 비슷해 OPS는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쿠냐 주니어는 1.129, 김하성은 1.080이다.
1회 OPS가 가장 높은 타자는 역시 MVP 후보이자 올해 메이저리그 홈런왕에 도전하는 맷 올슨(애틀랜타)으로 1.184다. 아쿠냐가 2위, 코빈 캐롤(애리조나‧1.091)이 3위, 무키 베츠(LA 다저스‧1.80)가 4위다. 김하성이 베츠와 같은 OPS로 5위를 기록 중이다. 적어도 1회에는 MVP 후보들과 겨뤄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공격 생산력이다. ‘리드오프 김하성’은 올해 샌디에이고의 굉장히 중요한 발견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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